김자인
[스포츠클라이밍의 달인] 김자인
“잘 발달된 상체 뒷모습 내가 봐도 놀랄 정도”
신장 1m53 단신 약점 유연성 훈련으로 극복
“잘 발달된 상체 뒷모습 내가 봐도 놀랄 정도”
신장 1m53 단신 약점 유연성 훈련으로 극복
“스포츠클라이밍만 놓고 본다면 김자인은 고 고미영을 넘어섰다고 봐도 될 겁니다.”
대한산악연맹 한 관계자의 말이다. 스포츠클라이밍 세계 5위까지 올랐고, 아이스클라이밍과 산악스키에 이어 고산등반까지 두루 섭렵했기에 고미영은 산악계의 팔방미인으로 불렸다. 그런 그도 가지 못한 스포츠클라이밍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그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김자인(22·고려대 체육교육과·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은 이 부문에서만큼은 가히 ‘달인의 경지’에 섰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하다. 과연 비결은 뭘까?
■ 왜소한 신체 키 1m53, 몸무게는 42㎏이다. 클라이밍에서 작은 키는 손닿는 범위가 좁아 불리하다. 그걸 이겨내지 못하고선 1인자가 될 수 없다. 김자인은 “작은 몸을 유리한 것으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며 “좁고 힘든 공간에선 몸을 더 웅크릴 수 있고, 그래서 다리를 더 위로 뻗는 기술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가 유연성 훈련에 유난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가 직벽에 달라붙어 좌우이동을 여유롭게 하더니 등을 벽 쪽으로 향한 채 마치 가제트 형사처럼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이 서커스를 연상케 한다.
■ 자신도 놀란 뒷모습 직벽에 오른쪽, 왼쪽 다리를 자유롭게 쭉 뻗으며 온갖 자세를 잡는 그의 상체에 눈길이 꽂혔다. 그는 “엊그제 샤워할 때 나도 놀랐어요. 내 뒷모습에 말이죠”라고 했다. 상체는 육체미를 자랑하는 잘 발달된 남성의 역삼각형을 빰칠 정도다. “어차피 클라이밍엔 어깨와 등, 팔이 잘 발달돼야 한다”는 그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비시즌엔 상체 위주의 웨이트훈련을 하다 보니 어깨가 어느새 딱 벌어졌다. “그래도 근육을 크게 하기보단 근지구력 위주의 근력 강화에 주력합니다. 큰 근육이 생기면 클라이밍을 방해하니까요.”
■ 속도경기를 피하는 이유 스포츠클라이밍에는 난이도, 3~4m의 고난도 코스를 줄 없이 등반하는 볼더링, 속도 등 3가지 경기가 있다. 그는 등반 스타일이 빠른 편이 아니라 속도경기를 하지 않는다. 경기에 나가도 남을 의식하지 않아야 주어진 코스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자신이 지닌 천성을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난이도경기가 마라톤이라면, 속도경기는 단거리라고 해야 하나요. 후딱 해치우기보다 꾸준히 길을 헤쳐나가면 끝내는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오지요.”
■ 원칙과 약점 순위경쟁은 머릿속을 떠난 지 오래다. “어릴 적 이기겠다고 했다가 부담만 커져 낭패를 본 적이 많았거든요.” 생각을 고쳐먹고, 훈련과 대회를 즐기다 보니 이제 국내와 국제무대 정상에 오르게 됐다. “큰 경기건 작은 경기건 일단 주어진 코스를 훑어본 뒤 꼭 완등하겠다는 그 욕심만큼은 버리지 않는답니다.”
나긋한 목소리와 차분한 표정이 그의 이런 침착한 성격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늘 그를 괴롭히는 약점이 있다. 사소한 일에 걱정이 많고, 식탐도 있다. 게다가 체중이 잘 붙는 체질이다. 식사조절이 가장 신경쓰이는 그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 집에서 고려대까지 6~7㎞를 꼭 자전거로 통학한다. “고2 때부터인데요, 일부러 헬스장을 집에서 먼 곳으로 잡았어요. 자전거를 더 타려고요.” 생활에서의 남다른 작은 실천들이 오늘의 그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글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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