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뛰기 6m53 우승
올가 리파코바(카자흐스탄)의 마지막 6차 시기. 도약대를 밟고 힘차게 뛰어올랐다가 착지했다. 그러나 심판은 빨간 깃발을 들었다. 출발선을 밟는 파울이었다. 정순옥(27·안동시청)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정순옥은 “꺅~” 소리를 질렀고, 펄쩍펄쩍 뛰며 두 손으로 손뼉을 쳤다. 그는 트랙을 돌기 위해 황급히 태극기를 찾았다. 하지만 태극기는 그의 손에 빨리 전해지지 않았다. 그만큼 육상에서 기대하지 않은 금메달이었다.
정순옥은 어린 시절 자신을 발굴해 키워준 문봉기 육상 총감독에게 달려갔고, 문 감독은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다. 문 감독은 이날 바람의 방향을 살피며 제자의 금메달을 도왔다.
한국 여자 멀리뛰기의 간판 정순옥이 23일 아오티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육상 여자 멀리뛰기 결선에서 6m53을 뛰어 2위 올가 리파코바(카자흐스탄)를 3㎝ 차로 따돌리고 한국 육상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역대 아시아경기대회 도약 종목 첫 금메달이기도 하다. 육상은 2002년 부산대회 때 이영선(여자 창던지기), 이진택(남자 높이뛰기), 이봉주(남자 마라톤)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2006년 도하대회에선 박재명(남자 창던지기)이 유일하게 금메달을 딴 바 있다.
자신의 최고기록이자 한국기록인 6m76에는 못 미쳤지만 앞바람과 왼 발목 부상을 이겨낸 값진 금메달이었다. 정순옥은 4차 시기에서 초속 0.9m의 앞바람에도 6m53을 뛰어 1위로 올라섰다. 강력한 경쟁자 리파코바가 3차 시기에서 뛴 6m50을 3㎝ 넘어선 기록이었다. 다급해진 리파코바는 5·6차 시기에서 잇따라 파울을 범했고, 정순옥은 6차 시기를 뛰지 않고도 우승을 확정했다. 동메달은 6m49를 기록한 율리야 타라소바(우즈베키스탄)에게 돌아갔다.
태극기를 등에 걸친 정순옥은 “보기 좋죠”라며 활짝 웃었다. 이어 “발목 부상으로 컨디션 회복이 더뎌 힘들었는데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 모두 잊었다”며 “기록은 저조했지만 육상에서 금메달을 따 너무 좋다”고 했다.
광저우/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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