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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아, 할머니…금 따고 눈물 쏟은 우효숙

등록 2010-11-24 20:36

[광저우 AG]
할머니 별세소식 모른채
인라인 EP 1만m 우승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 목소리라도 듣고 싶다고 했지만, 강대식 감독은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맞벌이로 바빴던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였다. 며칠 전에는 코치진이 휴대전화도 가져갔다. 광저우에 응원하러 오신다고 했던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도 끝내 보이지 않았다.

한국 인라인롤러의 간판 우효숙(24·청주시청)은 뒤숭숭한 마음을 다잡고 24일 광저우 벨로드롬 인라인롤러 경기장 출발선에 섰다. 그는 바닥에 손으로 ‘할머니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 트랙을 돌고 또 돌았다. 결국 트랙을 50바퀴 도는 여자 EP(엘리미네이션 포인트) 1만m 결선에서 31점을 따냈다. 금메달이었다.

그는 마음이 다급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빨리 이 금메달을 할머니한테 보여드리고 목에 걸어드리고 싶다”고 했다. 자신도 모르게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런데 우효숙이 그렇게 그리워하던 할머니는 장한 손녀의 ‘금빛 질주’를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청주의료원에서 요양중이던 19일 손녀가 이승에서는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하지만 우효숙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강 감독 등 코치진과 우효숙의 부모님이 큰 경기를 앞둔 그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효숙은 시상식이 열리기 직전에야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대성통곡했다. 엉엉 우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숙연하게 했다. 생애 최고의 기쁨과 슬픔이 불과 몇 분 사이에 교차한 것이다.

“너무 슬퍼요. 아까 금메달 땄을 때는 할머니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너무 기뻤는데….” 그는 울먹이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우효숙은 2003년 국가대표로 뽑힌 뒤 2008년 스페인세계선수권대회 3관왕에 이어 지난해 중국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일궈낸 한국 인라인롤러의 간판이다. 특히 EP 1만m는 세계선수권대회 사상 최초로 3연패를 달성한 선수다. 할머니는 이런 손녀를 늘 자랑스러워했고, 국내 대회 때는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찾아 손녀를 응원했다.

우효숙은 “할머니가 2~3년 전부터 중풍을 앓으셨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며 “어릴 때는 철이 없어 할머니의 소중함을 미처 몰랐던 게 후회스럽다”며 다시 한번 서럽게 울었다.

한편, 남자 EP 1만m에서는 손근성(24·경남도청)과 최광호(17·대구경신고)가 나란히 금·은메달을 따냈다.


광저우/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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