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나이 마흔이 다 돼 낳은 막내아들을 끔찍이 여겼다. 3남1녀 중 막내인 신선우(55·서울 SK) 감독은 서울 광희초등학교에서 처음 농구를 시작했다. 어머니는 막내의 뒷바라지에 더욱 정성을 쏟았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몸에 좋다는 것은 다 해 먹였고 몸에 상처 하나라도 나면 애를 태웠다. 그의 어릴 적 친구 이정희(56)씨는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전형적인 한국 여인이었다”고 회고했다. 신 감독과 학창 시절 농구를 함께했던 한 농구인은 “어머니는 학교에는 자주 안 오셨지만 시합할 때면 꼭 오셨다”며 “조용하고 나서는 성격이 아닌데 선우가 국가대표에 뽑히고 유명해진 뒤에는 아들 자랑을 많이 하고 다니셨다”고 전했다.
신 감독은 지난 시즌 도중 에스케이 사령탑을 맡은 뒤 이따금 외갓집 ‘보라리’ 얘기를 꺼냈다. 어머니의 고향은 경기도 용인군 기흥읍 보라리. 지금은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으로 행정구역이 바뀌었다. 마침 에스케이 용인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신 감독이 자주 떠올렸다. 그즈음 척색종(척추암)으로 투병중이던 어머니의 병세는 깊어만 갔다. 신 감독은 어머니의 치료를 고교 동창인 양만식 중동연세병원 원장에게 맡겼다.
7일 밤,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양 원장의 전화를 받고 신 감독은 한걸음에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밤새 어머니 곁을 지켰다. 이튿날 “2~3일은 더 사실 수 있을 것”이라는 양 원장의 말을 듣고 인천에서 열린 전자랜드와의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그날 낮 어머니는 이승을 등졌다. 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에야 비보를 접했다. 양 원장은 “더 사실 수 있었는데 내 잘못”이라며 흐느꼈고, 신 감독은 그런 친구의 등을 도닥였다. 양 원장은 “어머니는 차분하고 점잖은 분이셨고, 투병중에도 고통이 심했을 텐데 참을성이 대단하셨다”고 전했다.
신 감독의 빈소에는 주말인데도 농구인 등 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그의 고교 동창들로 이뤄진 ‘산술당’ 회원들은 사흘 내내 빈소를 지킨 뒤 장지까지 함께했다. 산술당은 ‘산과 술과 당구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신 감독이 골프를 치지 않는 대신 즐기는 것들이다. 친구들은 “어머니가 마침 에스케이의 인천 원정경기 때 부천에서 돌아가신 것도 막내아들을 생각한 것”이라고 신 감독을 위로했다.
신 감독은 요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해 들어 5연패에 빠졌기 때문이다. 농구인들은 “전창진, 허재, 유도훈 세 용산고 후배가 한 번씩 져주는 게 부조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던진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신 감독은 고교 후배들에게 5연패 중 4패를 당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신 감독은 발인을 마치자마자 속울음을 삼키고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신산’이 부르는 사모곡이 애절하다.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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