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남산골의 왕용가리, 쿵따라쿵따… 물렀거라, 섰거라, 용산이 나가신다.”(용산고)
“더블유, 에이치, 아이, 엠, 오, 오, 엔(whimoon) 휘문, 휘문 빅토리, 야!”(휘문고)
그들은 까까머리 얄개 시절 처음 만났다. 휘문고와 용산고로 갈려 뜨거운 승부를 펼쳤다. 두 학교는 1980년대 고교 농구 최고의 라이벌이었고, 언제나 결승전에서 맞섰다. 1982년 여름, 쌍용기고교농구대회 조별리그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용산고가 휘문고에 덜미를 잡혔다. 두 팀은 결승에서 다시 만나 용산고가 설욕에 성공했다. 그때 두 학교의 주역이 휘문고 임달식과 용산고 허재다.
1980년대 고교 농구를 양분했던 두 학교 주역들은 공교롭게도 지금은 프로농구 남자팀과 여자팀 지도자로 갈려 있다. 용산고는 전창진 부산 케이티(KT) 감독, 허재 전주 케이씨씨(KCC) 감독,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으로 남자팀 사령탑을 맡고 있다. 반면 휘문고는 임달식 안산 신한은행 감독, 김영주 구리 케이디비(KDB)생명 감독, 정인교 부천 신세계 감독으로 여자팀에 몰려 있다.
용산고는 신선우 서울 에스케이(SK) 감독까지 10개 팀 가운데 4명이 용산고 출신이고, 용산중을 나온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까지 합하면 ‘용산’에서 농구를 한 감독이 꼭 절반(5명)에 이른다. 휘문고 출신 사령탑도 여자 6개 팀 중 절반인 3명이다. 코치까지도 ‘용산고=남자팀, 휘문고=여자팀’ 등식이 성립돼 있다. 남자팀에는 용산고를 나온 김승기(KT), 김재훈(모비스), 이세범(원주 동부) 코치가 있고, 여자팀에는 휘문고 출신 정상일(용인 삼성생명) 코치가 있다. 반면 휘문고 출신은 남자팀에, 용산고 출신은 여자팀에 코치조차 한 명 없으니 참 희한한 일이다.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두 학교 출신 사령탑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한결같이 상위권을 점령했다. 남자팀에선 현재 1·2·3위가 전창진·유도훈·허재 감독이다. 신선우 감독의 에스케이도 아직은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있다. 여자팀에서도 휘문고 출신 세 감독이 정규리그 1·3·4위를 차지했고, 2위는 정상일 코치가 있는 삼성생명이다. 결국 네 팀이 모두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우연치고는 참 재미있다.
동문이라고 봐주는 법은 없다. 아니 오히려 치열한 승부 때문에 앙금이 생기고 사이가 멀어지기도 한다. 전창진 감독과 허재 감독은 코트 밖에선 ‘의형제’로 불렸지만 지난 시즌 김도수(케이티)의 부상과 아이반 존슨(전 케이씨씨)의 욕설 사건을 둘러싸고 감정이 상하면서 한때 ‘절연’까지 했다. 임달식 감독이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여자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을 때 선수 차출을 거부한 두 구단이 공교롭게도 김영주 감독의 케이디비생명과 정인교 감독의 신세계였다. 정인교 감독은 신한은행이 우승 축하행사를 준비한 19일 패배를 안겨 임달식 감독에게 비수를 꽂았다. 승부의 세계는 비정하다. 그래서 코트는 더 뜨겁다. cano@hani.co.kr
동문이라고 봐주는 법은 없다. 아니 오히려 치열한 승부 때문에 앙금이 생기고 사이가 멀어지기도 한다. 전창진 감독과 허재 감독은 코트 밖에선 ‘의형제’로 불렸지만 지난 시즌 김도수(케이티)의 부상과 아이반 존슨(전 케이씨씨)의 욕설 사건을 둘러싸고 감정이 상하면서 한때 ‘절연’까지 했다. 임달식 감독이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여자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을 때 선수 차출을 거부한 두 구단이 공교롭게도 김영주 감독의 케이디비생명과 정인교 감독의 신세계였다. 정인교 감독은 신한은행이 우승 축하행사를 준비한 19일 패배를 안겨 임달식 감독에게 비수를 꽂았다. 승부의 세계는 비정하다. 그래서 코트는 더 뜨겁다.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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