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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장마철이면 더욱 생각나는 돔구장

등록 2005-06-30 18:33수정 2005-06-30 18:33

김동훈기자의 직선타구

1923년 완공된 미국 양키스타디움은 외야에 파울 공간이 없다. 또 오른쪽 담장을 앞으로 당기고, 좌중간 담장을 뒤로 밀었다. 왼손 슬러거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이 파울 타구에 아웃되지 말고, 홈런을 많이 치라고 이렇게 만들었다.

샌프란시스코 해안가에 자리한 자이언츠의 홈구장 에스비시(SBC) 파크도 오른쪽 담장이 94m에 불과하다. 바닷바람에 방해받지 말고 배리 본즈가 아치를 많이 그리라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있었다. 198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완공한 잠실야구장은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담장까지의 길이가 100m, 가운데 담장은 125m에 이른다.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수 있는 큰 규격. 장타력이 있는 외국 선수들에게 홈런을 덜 맞으려고 이렇게 만든 것이다. 그 덕분인지 한국은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1989년 당시 태평양 돌핀스는 인천구장 외야 담장에 7m 높이의 철조망을 쌓았다. 당시 김성근 감독이 조련한 태평양의 투수력은 타력에 견줘 강했다. 하지만 좌우 91m, 중앙 110m에 불과한 인천구장은 ‘홈런공장’이라 불릴 만큼 ‘투수들의 무덤’이었다. 그래서 김 감독의 지시로 철조망을 쌓아 ‘동물원 구장’을 만든 것이다.

야구장은 한마디로 ‘엿장수 마음’이다. 플로리다 말린스의 홈구장은 그라운드 전체가 다이아몬드 모양이고,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 파크는 외야 담장이 번개 모양으로 들쭉날쭉 각이 졌다. 에스비시 파크도 중앙보다 우중간이 6m 더 깊다. 경기장을 제멋대로 꾸미는 것은 다른 종목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 담장의 거리와 높이, 파울지역의 넓이와 모양, 그라운드의 재질까지 입맛대로 만들 수 있다. 투·포수 간 거리(18.44m)와 정사각형인 베이스 간 거리(27.43m)만 맞으면 되고, 홈에서 외야 담장까지 76.2m만 넘으면 된다.

급기야 1965년 4월에는 실내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휴스턴에 애스트로돔이 건립된 것이다. 휴스턴의 판사 로이 호프하인즈는 이를 두고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했다. 이후 미국에는 8개(메이저리그 5개), 일본에는 6개의 돔 구장이 생겼다. 비가 많이 오는 일본은 12개 구단 가운데 절반이 돔 구장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장마가 시작됐다. 프로야구는 해마다 비 때문에 60~70경기가 연기된다. 전체 경기의 12~13%에 이르는 수치다. 하지만 돔 구장은 여전히 꿈도 못 꾸고 있다. 그나마 인조잔디로 많이 바뀌면서 야구장에 홍수가 나는 꼴은 과거보다 덜 보게 됐다. 그 대신 선수들의 부상 위험은 더욱 커졌다.

일본 고시엔처럼 배수가 잘되는 ‘검은 흙 구장’도 드물다. 돔 구장이 새삼 더 부러운 장마철이다.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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