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해석력·예술성 점수는 1위…점프 실수로 감점
“한국팬들 향한 고마움, 음악과 함께 전하려 노력”
“한국팬들 향한 고마움, 음악과 함께 전하려 노력”
은반 위로 애잔한 아리랑이 흘렀다. 디자이너 이상봉씨의 수묵 산수화 의상을 입은 김연아(21·고려대). 가장 한국적인 상징을 당당히 내세운 몸짓은 애련하면서도 자신감에 넘쳤다.
30일 밤(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2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배경음악 ‘오마주 투 코리아’의 주조를 장식한 아리랑 선율이 울려퍼질 찰나 김연아는 두 팔을 펼친 채 활주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 것”이라는 그의 말대로 감동의 전율은 멀리 떨어져 있는 국내 팬들에게까지 전달됐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아리랑을 비록한 한국 전통 음악을 선보였다. 399일 만의 복귀 무대에서 세계인의 귀에 익숙한 곡이 아닌 한국 음악을 택했다는 것 자체는 모험이다. 심판진을 비롯해 외국인한테는 한국 음악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연기 자체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연아였기에 달랐다. ‘은반 위 연기의 달인’ 김연아는 완벽하게 아리랑을 해석했다. 몸짓 하나 하나가 아리랑 그 자체였다. 심사위원도 이를 인정했다. 곡해석력에서 9명의 심판진 중 2명이 9.0점을 주는 등 평균 8.50점이 나왔다. 참가 선수들 중 최고였다. 이날 김연아는 66.87점의 구성점수(예술점수)를 받았다. 비록 점프에서 두차례 실수가 나오면서 기술점수에서 안도 미키(일본)에게 밀려 종합 2위에 그쳤으나 예술성만은 세계 최고였다. 스포츠를 예술로 승화시켰듯 김연아는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된 대회에서 아리랑을 세계에 알렸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연기 후 “한국 음악을 택한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었다. 어떻게 해야 세계인에 (한국의) 이미지를 전달할지 고민했다”며 “한국 동작을 넣기보다는 음악과 함께 한국 팬들한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30일 세계선수권 중계방송(SBS) 시청률은 김연아가 연기할 때 44.6%(AGB닐슨미디어리서치)까지 치솟았다. 평균 시청률은 21.7%. 그만큼 김연아 연기에 감동한 한국 팬들도 많았다고 할 수 있다.
김연아는 2일 귀국한 뒤 ‘KCC 스위첸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1’(6~8일·잠실 실내체육관 특설 아이스링크)에 참가한다. 이후 18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2018 겨울올림픽 개최 후보지 테크니컬 브리핑 프리젠터로 나서고, 7월6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에도 참석할 계획이다. 또한 22일부터 방송될 예정인 <에스비에스>(SBS) 버라이어티쇼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신동엽과 함께 진행과 동시에 멘토 겸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게 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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