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청 에이스 권근혜(24) 선수
난치성 전신 류머티즘 앓는 용인시청 핸드볼팀 권근혜 선수
3년전 찾아온 병마 불구 맹활약
‘와해위기’ 소속팀 PO진출 견인
“걱정없이 운동만 전념했으면”
3년전 찾아온 병마 불구 맹활약
‘와해위기’ 소속팀 PO진출 견인
“걱정없이 운동만 전념했으면”
무릎과 어깨가 너무 아팠다. 밥 먹을 때 숟가락을 들 힘조차 없었다.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무리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병원을 찾았다. 피 검사 결과는 전신 류머티즘. 처음엔 무슨 병인 줄도 몰랐고, 심각한 줄도 몰랐다. 어린 마음에 그저 쉴 수 있다는 게 좋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인터넷을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뼈와 관절, 근육 등이 딱딱하게 굳거나 통증이 심해 운동은커녕 심하면 움직이기도 불편한 병이다. 비가 오거나 궂은 날씨에는 통증이 더 심하다. 증세는 점점 심각했다. 뼈가 부러질 것처럼 허리가 아파 제대로 앉을 수가 없었다. 몸살에 걸린 것처럼 몸에 힘이 없고 식욕 부진과 수면 장애까지 찾아왔다.
핸드볼 전 국가대표 권근혜(24·사진·용인시청) 선수. 그는 강원도 태백의 황지정보산업고 시절부터 촉망받는 기대주였다. 실업팀마다 스카우트 경쟁이 붙었다. 결국 “우리 팀에 안 주면 안 떠나겠다”며 태백에 여관방을 잡아놓고 보름간이나 버틴 김운학(48) 감독의 집념에 용인시청으로 진로를 정했다. 2006년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도 출전했고, 이듬해 봄에는 핸드볼큰잔치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하지만 그 직후 시련이 찾아왔다. 그는 “어린 나이에 많이 떴다. 주위에서도 ‘돈 얼마나 버냐’고 물을 땐 정말 마음이 아팠다”며 “병 때문에 잃은 것도 많지만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격려는 얻은 것”이라고 했다.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소속팀 용인시청이 해체를 선언한 것이다. 팀은 이달 말까지만 시한부로 유지된다. 김운학 감독은 “선수들과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고 했다. 하지만 “절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마지막 월급날인 20일, 권 선수는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에스케이(SK)핸드볼코리아리그 광주도시개발공사와의 경기에서 9골을 넣는 활약으로 팀의 31-23 승리를 이끌었다. 팀은 여자부 최강 인천시체육회를 제치고 중간순위 선두로 올라섰다. 그리고 권 선수도 여자부 득점(86골)과 도움주기(72개) 두 부문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게 됐다. 용인시청은 다음달 7일부터 열리는 3강 플레이오프 진출도 확정지었다. 애초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팀의 돌풍도, 병마와 싸워 득점여왕 등극을 앞둔 그의 활약도 기적에 가깝다.
권 선수는 “앞으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2년”이라며 “마지막으로 런던올림픽에 나가고 싶지만 내 욕심만 차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그는 이어 “팀 해체 문제가 잘 해결돼 걱정 없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대구/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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