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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 선수 되레 위로한 대인배 류샹

등록 2011-08-30 20:14

‘황색 탄환’ 류샹(중국)이 29일 저녁 열린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10m 허들 결승에서 2위를 차지한 뒤 오성홍기를 들고 관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대구/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황색 탄환’ 류샹(중국)이 29일 저녁 열린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10m 허들 결승에서 2위를 차지한 뒤 오성홍기를 들고 관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대구/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친구 메달 취소돼 유감”
‘아쉽지 않으냐’ 질문에
“충분히 즐겼으니 됐다”
팬들 “금색 은메달” 호평
“친구야, 괜찮아.”

류샹(28·중국)은 의연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기권’ 이후 명예회복을 단단히 벼르고 출전한 첫 메이저대회. ‘빼앗긴 금메달’이 눈앞에 아른거릴 법도 했다. 그러나 “경기장 밖에서는 친한 친구인데 금메달이 취소돼 유감스럽다”며 오히려 ‘가해자’인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를 위로했다. 팬들은 류샹의 공식 사이트(liuxiang.sports.cn)에 “대인배답다, 자랑스럽다”는 글을 올렸다.

류샹은 2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허들 110m 결승에서 ‘친구의 반칙’에 발목이 잡혔다. 류샹이 9번째 허들을 넘을 때 로블레스의 오른팔이 삐져나와 류샹의 왼팔을 건드렸고, 10번째 허들을 넘을 때는 로블레스가 류샹의 팔을 뒤로 잡아끌었다. 이 바람에 균형을 잃은 류샹은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로블레스의 실격으로 2위로 올라섰지만, 반칙이 없었더라면 우승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도 남달랐다. 2004 아테네올림픽 금메달과 2007 오사카 세계선수권 우승 정점 뒤 류샹은 한동안 ‘의욕 상실증’에 빠졌다. ‘베이징 기권’ 이후 자국민들의 조롱 속에 도망치듯 미국으로 날아가 혹독한 재활을 거쳤다. 치열한 경쟁 무대에 다시 서기까지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마침내 선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자신에 찬 표정과 완벽한 몸놀림으로 전성기 시절의 실력을 뽐냈다. 하지만 ‘친구의 반칙’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나 잘 뛰어놓고도 최고가 되지 못했다.

억울할 법도 했지만 세계적인 스타답게 담담히 현실로 받아들였다. 실격 판정으로 최종 경기 결과가 늦어지는 바람에 류샹은 자정을 넘겨서까지 기자회견장에 머물렀다. 피곤한 기색보다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끝까지 인터뷰에 응했다. ‘은메달과 재경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느냐’는 물음에 류샹은 “결과는 뒤바꿀 수 없는 것이다. 재경기를 통해 결과가 바뀐다면 그것은 공평하지 못한 일”이라고 답했다. ‘그래도 금메달을 못 따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뭐가 아쉬운가. 즐기면서 경기를 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또 “경기를 하다 보면 접촉이 많이 발생한다. 이것은 게임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다. 로블레스도 고의는 아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허들 경기에선 허들을 넘을 때 손동작이 커 종종 신체 접촉이 발생한다. 국제육상경기연맹은 레이스 중 상대 선수를 밀거나 진로를 방해하면 실격 처리한다.

중국 언론은 “금메달을 빼앗겼다”며 크게 아쉬워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로블레스를 원망하지 않은 류샹을 높게 평가했다. <신경보>는 ‘대범하게 로블레스를 책망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우리는 ‘금색의 은메달’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대구/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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