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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 울보는 이제 ‘안녕’

등록 2012-01-04 20:04수정 2012-01-04 22:39

류은희가 4일 오후 인천 구월동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는 수줍은 소녀의 모습이었지만, 연습에 들어가자 여자핸드볼 기대주다운 모습으로 훈련에 임했다.
  인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류은희가 4일 오후 인천 구월동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는 수줍은 소녀의 모습이었지만, 연습에 들어가자 여자핸드볼 기대주다운 모습으로 훈련에 임했다. 인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2년은 나의 해 ② 런던올림픽 금 노리는 핸드볼 류은희
쉽지않은 핸드볼 인생
국내 경기선 득점왕 실력
국외만 나가면 만날 꼬여

흑룡해 꿈은
달고 다니던 부상 떼내고
윤경신처럼 ‘큰 선수’ 되기

“용꿈은 못 꿨지만, 런던에서 용 될래요!”

4일 오후 인천시 구월동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 바깥은 강추위에 냉랭했지만 체육관은 인천시체육회 소속 핸드볼 선수들의 새해 훈련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선수는 180㎝에 이르는 류은희(22). 여자핸드볼 선수치곤 ‘장대’여서 대표팀의 강재원 감독은 평소 “국내무대는 좁다. 국제무대가 어울린다”고 말한다. 오전 웨이트 트레이닝에 이어 오후 전술훈련으로 이어지는 강행군이다. 패스를 주고받다 막바지 슈팅 훈련에 ‘퍽~, 퍽~’ 네트에 공을 꽂는 소리에서 힘이 느껴진다.

“목표는 런던올림픽이다. 몸도 마음도 7월에 맞춰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천재형에 왼손잡이가 많다고 하는데 류은희도 왼손잡이다. 그래서 코트 오른쪽에서 때리는 호쾌한 슛은 무지막지하다. 이 중거리슛 무기에 상대 수비를 순식간에 따돌리는 순발력, 여기에 돌파력까지 갖췄다.

2009년 12월 중국 창저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19살 신예 류은희는 명복희(33), 최임정(31) 등 ‘우생순’ 멤버들을 제치고 대표팀 주전 라이트백을 꿰찬 뒤 펄펄 날았다. 국내외 핸드볼 관계자는 새로운 선수의 등장에 감탄사를 쏟아냈다. 이어 2010년 2월 핸드볼큰잔치에서 ‘득점여왕’ 자리에 앉았고,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는 마침내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또 핸드볼코리아리그에서는 정규리그 12경기 93골, 경기당 7.8골로 득점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우생순 2기’의 에이스 류은희는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그는 “실수를 줄이는 게 급선무다. 올림픽에서 정말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한다”고 다잡았다. 국제대회에 출전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아픔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 2009년 세계여자주니어대회에서 주장으로 뛰며 조별리그에서 최강 노르웨이까지 꺾었지만 4위에 그쳤다. 2010년 11월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선 준결승에서 일본에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의욕만으로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 때문에 부상도 달고 다닌다. 어깨 부상에서 회복되면 무릎을 다쳤고, 무릎이 괜찮다 싶으면 다시 발목으로 옮겨갔다. 지난달 브라질 세계대회에는 발목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그의 공백 탓에 한국은 10년 만에 8강 진출에도 실패했다. 새벽에 텔레비전 생중계로 앙골라와의 16강전에서 1점 차로 지는 것을 지켜본 그는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치지 않고 런던에 가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그럴 만도 하다. 류은희는 고교 2학년 때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고, 당시 오성옥·오영란(40) 등 18살 차이 나는 선배들과 훈련도 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열흘가량 앞두고 임영철 당시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다음에 기회가 있다. 미안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때 정말 엉엉 울었다”는 류은희는 그 뒤부터 늘 부족하다는 자세로 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핸드볼을 시작한 류은희는 반에서 두번째로 작았던 땅꼬마였다. 그러나 이제는 여자대표팀의 간판으로 ‘유럽파 1호’ 강재원 감독을 만났다. 세계 6위권으로 런던올림픽 때 러시아, 노르웨이, 프랑스 등 최강 그룹과 싸워야 하는 강 감독은 류은희에게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강 감독은 “런던에서 금메달을 따려면 세계 최강팀과 네 번 정도의 접전을 벌여 모두 이겨야 한다”며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득점력과 돌파력을 갖춘 류은희가 활로를 뚫어야 희망이 생긴다”고 했다.

당장은 거의 나은 발목을 강화하고, 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다음달 14일 개막하는 핸드볼코리아리그는 런던행 담금질을 위한 최선의 실전 무대가 될 전망이다. 4월께 대표팀에 소집되는 류은희는 “코리아리그에서부터 리듬을 맞춰 런던에서 절정의 컨디션으로 메달을 안기겠다”고 했다.

류은희는 자신의 ‘롤모델’인 남자대표팀 윤경신 플레잉코치를 “아저씨”라고 부른다. “학창 시절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윤경신 아저씨였죠. 같은 왼손잡이에 키도 크고 저랑 공통점이 많아요. 아저씨처럼 꼭 세계적인 선수가 되고 싶어요.”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굳은 의지가 묻어난다.

인천/글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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