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녀석들!
아이스하키 한라의 역발상이 일을 벌였다. 늑대 소굴로 ‘새끼 곰’ 10마리를 보내는 극한의 발상이다. 10명의 체재비와 연봉만으로도 7억원이 든다. 그 돈은 누가?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아니다. 10여년간 한국 대표팀의 산실 구실을 했던 정몽원 구단주가 자기 주머니를 턴다. 담대한 결정이다.
안양 한라가 18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8년 평창올림픽 자력 본선행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북미, 러시아와 함께 세계 3대 아이스하키리그 중 하나인 핀란드 2부 메스티스리그에 올 시즌에 소속팀 국가대표 10명을 보낸다. 선진기술을 익히려면 실전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의 세계 순위는 20위권. 평창 본선 12개 팀에 들려면 개최국 이점을 누리더라도 세계 18위 안에는 들어야 한다. 한라는 내년부터는 아예 가칭 ‘유로 한라’라는 팀을 창단해 메스티스리그에 참가할 예정이다.
메스티스리그는 핀란드 톱 리그인 에스엠리가의 하부로 12개 팀이 정규 46경기를 치른다. 일단 박우상, 김윤환, 조민호, 신상우, 이돈구는 ‘케스키우시마’ 팀에서, 김기성, 김상욱, 김우영, 박성제, 성우제는 ‘키에코반타’ 팀에서 뛴다.
변정수 안양 한라 단장은 “올림픽에 대비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선수들의 기량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라는 팀 주축이 빠진 자리에 새로운 선수를 대거 발굴해 한·중·일 3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리그에도 변함없이 참가한다.
핀란드 리그는 대표선수 육성을 위한 최적지다. 한라는 협상을 통해 핀란드 리그의 외국인 선수 3인 이하 기용 규정에 예외를 두도록 이끌었다. 한국 선수의 경우 용병 쿼터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출전 시간이다. 각 팀에서 한국 선수들의 수준을 얼마나 평가해줄지는 의문이다. 덩치 큰 외국 선수들과 몸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박우상은 “핀란드는 다른 외국 선수들과 달리 몸싸움이 덜하다. 그래서 한국 선수들이 적응하기 쉬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이스하키는 겨울올림픽의 꽃이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대회에서는 아이스하키 입장권이 전체 티켓 판매의 46.8%를 차지했다. 피겨스케이팅을 포함한 스케이팅 입장권 판매율 17%의 갑절이다. 대한체육회와 국군체육부대 등에서도 아이스하키 선수를 키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이환규 전무는 “아이스하키가 평창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 메이저 종목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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