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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영전에 바친 ‘패자부활’…조준호 또 한번 울었다

등록 2012-07-30 20:04수정 2012-07-30 21:34

조준호가 29일 오후(현지시각) 런던올림픽 유도 남자 66㎏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긴 뒤 환호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조준호가 29일 오후(현지시각) 런던올림픽 유도 남자 66㎏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긴 뒤 환호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판정번복 8강전서 인대 부상
최민호 선배 얼굴이 떠올랐다
“반드시 목에 메달을…”
패자부활전서 온힘 다해

동메달 기쁨 뒤 할머니 부고
“판정은 심판이…결과에 승복
2016년엔 금메달 따고 싶어”
유도 조준호, 금보다 값진 동메달

오른쪽 팔꿈치가 욱신거렸다. 8강전에서 업어치기를 하다가 팔꿈치가 꺾이면서 인대를 다쳤다. 판정이 번복됐던 바로 그 경기에서다. 관절 부위를 테이프로 꽁꽁 동여매고 패자부활전에 나섰지만 제대로 공격조차 할 수 없었다. 여기서 끝나는 걸까. 순간 가족과 대표선발전에서 맞붙은 최민호 선배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판정 번복의 억울함까지. “반드시 메달을 목에 걸겠다.” 조준호(24·한국마사회)는 그렇게 투혼을 발휘하며 올림픽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조준호가 30일(한국시각) 열린 남자 유도 66㎏급에서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9일 에비누마 마사시(일본)와의 8강전에서 조준호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지만 곧바로 심판위원장의 개입으로 심판 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이겨도 져도 할말이 없을 팽팽한 대결이었지만, 판정 자체를 손바닥 뒤집 듯한 심판의 행태가 문제였다. 조준호는 “판정은 심판이 하는 것이니까 경기 결과에 승복한다”면서도 “천국에서 지옥을 오간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보란듯이 메달을 거머쥐었다.

조준호는 부담 속에 런던행 비행기를 탔다. 체급을 올린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유도 60㎏급 금메달리스트 최민호(32·한국마사회)를 누르고 티켓을 차지해 유도계 안팎에서 말이 많았다. 대표선발전에서는 두차례나 졌는데 세계랭킹(8위)이 높아 올림픽 시드 배정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조준호는 “민호 형 몫까지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는데 기대에 못 미쳐 미안하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조준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유도에 입문해 5학년 때부터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역시 유도 선수인 쌍둥이 동생 조준현과 함께 유도 형제로 어릴 때부터 유명했다. 삼성중-부산체고에서 함께 운동하며 전국대회 동반우승도 여러 차례 기록했다. 용인대 1학년 때 국가대표 훈련파트너로 발탁되어 태릉선수촌 생활을 시작했다. 2011년 8월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비로소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선수로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는 “(왕기춘, 김재범이) 스포트라이트 받는 게 부러웠고 나도 잘해서 (주목)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왕기춘이 표정과 시선으로 상대를 기선제압한다면 조준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에게 속내를 들키지 않는 게 장점이다. 그게 선수로서 자신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상대가 읽을 수 없어 허를 찌를 때가 많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하형주 동아대 교수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준호는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처럼 특별한 기술은 없지만 대신 착실하게 점수를 쌓는다. 경기 운영을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려면 “마무리를 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술을 걸다가 마는 행동이 잦았다. 하나의 기술이라도 불독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할 것이다.”

조준호는 판정 번복에 속으로 울었고, 동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한번 더 울었다. 7월 초 일본 전지훈련 때 할머니가 돌아가신 사실을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알았기 때문이다. 기쁨과 분노, 슬픔이 교차한 하루가 그를 더 탄탄하게 만들었을까. 조준호는 “2016년 브라질올림픽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런던/김동훈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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