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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땐 ‘기보배’처럼…당길땐 손 후들 ‘0…0…’

등록 2012-09-25 20:16

규칙도 간단하고 쉬워 보여 양궁을 배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 22일 서울 목동 영학정 활쏘기 교실을 찾은 어른과 어린이들이 김정호 코치(왼쪽)에게 강습받고 있다. 그러나 전신 근력부터 집중력까지 필요한 힘든 운동이다. 기자는 ‘5m’ 첫 세 발을 쏴 7점(30점 만점)에 그쳤다.(왼쪽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규칙도 간단하고 쉬워 보여 양궁을 배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 22일 서울 목동 영학정 활쏘기 교실을 찾은 어른과 어린이들이 김정호 코치(왼쪽)에게 강습받고 있다. 그러나 전신 근력부터 집중력까지 필요한 힘든 운동이다. 기자는 ‘5m’ 첫 세 발을 쏴 7점(30점 만점)에 그쳤다.(왼쪽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기자가 뛴다ㅣ 양궁 배워보니
‘활쏘기 체험’ 올림픽 뒤 5배 늘어
대부분 좌절…3개월 고비 넘겨야
하체 힘 길러지고 근력 두루 발달
“과녁 맞는 순간 스트레스 확 풀려”
“아악.”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다시 누웠다. 어깨가 욱신거린다. 허리도 아프다. “나 죽을 것 같다”는 문자에 전후 사정을 아는 친구가 답한다. “손가락 깔짝거리는 운동이 뭐가 힘들다고.”

박기범(44·직장인)씨도 처음엔 비슷한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수십년간 컴퓨터 앞에서 일한 그가 2년 전 운동을 하겠다며 선택한 게 양궁이라니. 아내는 “평생 손가락 운동만 했으면서 또 손가락 운동이냐”고 놀려댔다. 그러나 지금은 남편 따라 주말마다 양궁장을 찾는다.

양궁은 일반인들에게 ‘보는’ 운동이다. 동호회, 클럽은 있지만 ‘그들만의 세상’일 뿐이다. 그랬던 양궁이 ‘배우는’ 운동으로 변하고 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세트제(세 발을 한 세트로 총 5세트를 겨루는 방식)로 바뀌어 짜릿한 재미를 준 게 컸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일반인들이 양궁을 배울 수 있는 서울 목동 ‘영학정 활쏘기 교실’에는 런던 올림픽 뒤 수요가 크게 늘었다. 영학정은 토·일요일에만 일반인 강습(1회 2만5000원)을 한다. 영학정의 김정 감독은 “주말마다 신청자가 10명 남짓이었는데 올림픽 뒤 40~50명으로 많아졌다”고 했다. 김태하(11)군은 “올림픽 때 재미있어 보여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만하게 봤다가 ‘좌절’하고 돌아간다. 22일 직접 활을 잡아보니 “양궁은 전신 운동”이라는 영학정 김정호 코치의 말이 실감 났다. 활을 당기는 것조차 쉽지 않다. 활의 세기는 시위의 장력에 따라 다르다. 남자 선수는 46파운드, 여자는 40파운드를 사용한다. 초보자의 경우 남자는 24~34파운드, 여자는 16~26파운드가 적당하다. 운동신경 ‘제로’에 근력도 약해 24파운드 장력의 활을 골랐다. (더 약한 활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

팔을 보호하는 암가드를 왼쪽 팔에 대고 오른쪽 허리에 화살꽂이인 전통을 찼다. 시계방향으로 90도 돌아서 양 발을 중심선을 기준으로 50 대 50으로 벌린 뒤 활을 세워 발등에 올려놓았다. 준비 자세를 잡으니 기분은 국가대표 기보배였다. 화살을 재는 데도 규칙이 있다. 화살 끝에 달린 날개 세 개 중 색깔이 다른 한 개를 몸쪽으로 해야 한다. “방해 없이 잘 날아가는 각도를 표시해놓은 거죠.” 선수들의 날개도 색깔이 달랐나? “선수들은 화살에 각자 표시를 해둡니다.” 박기범씨의 말이다.

30분 자세 교육을 받았다. “척추를 고정하고 양팔을 벌리고 어깨는 움직이지 말고 조준기를 과녁 가운데(10점)에 두고 당기세요.” 귀에 딱지가 앉았지만 실습에 들어가니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오른팔로 활을 당기려고 힘을 주니 상체가 뒤로 무너졌고, 힘이 없어 손도 떨렸다. 배운 지 2년 됐다는 서주희(25·직장인)씨는 “움직이면 안 되니까 하체 힘도 길러지고 활을 당길 때 사용하는 근육이 또 달라 전신 근력이 골고루 발달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선수들은 70m 떨어진 과녁에 쏜다. 초보자는 5m로 시작하고, 힘이 생기면 10m, 20m, 최고 90m로 거리를 늘린다. 내심 ‘5m쯤이야’ 했지만, 첫 세 발은 7-0-0점. 두번째는 6-0-0점이었다. “더 잘 쏘기 위해 시위을 당겨 코와 입에 붙여 균형을 잡아야 한다”지만 쉽지 않다. 코뼈가 부러져라 눌렀건만 세번째는 0점에 한 번, 다른 과녁에 한 번, 나머지 한 발은 사라졌다. 세 번 합계 90점 중 13점. 분명 조준기를 가운데에 두고 날렸는데 화살은 럭비공처럼 튀었다.

점수가 안 나오니 슬슬 힘들고 지겨워졌다. 손도 아팠다. 양궁 경력 3년차인 방철석(37·직장인)씨는 “일반인들은 선수처럼 매일 연습할 수 없으니 실력이 늘지 않으면 지루해져 포기하게 된다”며 “보통 배운 지 3개월, 2년마다 고비가 온다”고 말했다. 첫 3개월 고비를 넘기면 욕심이 생겨 골프처럼 개인장비를 구입한다. 그러나 날개, 핸들, 화살 등 총 구입비가 만만찮다. 방철석씨는 200만~300만원을 들여 개인장비를 구입했다고 한다.

결과야 어떻든 스트레스는 ‘확’ 풀렸다. 화살이 과녁에 박히는 찰나의 순간이 짜릿했다. 대신 나간 소개팅에서 착하고 잘생기고 게다가 눈까지 낮은 남자를 만난 기분이다. 박기범씨도 “과녁에 맞는 순간 1주일 스트레스가 사라진다”고 했다. 회사에서 열 받으면 주말마다 활을 잡아야겠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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