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장사씨름 백두급 우승
불혹을 앞둔 백전노장 황규연(37·현대삼호중공업)은 어린 후배들을 잇따라 제압하며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 상대도 자신보다 9살이나 어린 최병두(28·양평군청). 노장의 세월을 말해주듯 아내 오선영(33)씨와 함께 관중석에 앉은 아들 윤호(6)군이 초롱한 눈망울로 아빠의 경기를 지켜봤다.
힘은 달렸지만 민속씨름(프로씨름) 마지막 세대 황규연에겐 노련미가 있었다. 첫판에서 들배지기로 밀어붙인 최병두를 노련하게 잡채기로 받아쳤다. 둘째판도 기습적인 끌어치기로 중심을 흔들며 최병두의 머리를 모래판에 메다꽂았다. 최병두(156㎏)보다 몸무게가 15㎏이나 가벼운 황규연(141㎏)은 셋째판마저 계체승으로 따내고 마침내 포효했다.
1일 경북 상주시 상주체육관에서 열린 2012 추석장사씨름대회 마지막날 백두장사급(160㎏ 이하) 결승(5판3승). 노장 황규연이 최병두를 3-0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아들 윤호와 함께 꽃가마에 올랐다.
2009년 12월, 결승에서 라이벌 이태현(36·은퇴)을 물리치고 천하장사대축제에서 우승한 뒤 2년9개월 만에 통산 16번째 황소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황규연은 1990년대 말 ‘모래판의 귀공자’로 인기를 끌며 2000년대 초반 민속씨름 마지막 전성기를 누렸다. 특히 친구인 ‘모래판의 황태자’ 이태현과의 라이벌 대결은 씨름 팬들을 흥분시켰다. 그러나 2006년 소속팀 신창건설의 해체와 고질적인 십자인대 부상으로 씨름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갔다. 2009년 12월 천하장사에 오르며 재기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다시 십자인대 접합수술을 위해 수술대에 누웠다.
은퇴를 코앞에 두고 정상에 오른 황규연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죽을 각오를 다했다”며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쁘다”고 감격해했다.
내년부터 소속팀 코치로 일하게 된 그는 “그동안 부상 등으로 은퇴의 기로에 설 때마다 묵묵히 지켜봐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한 만큼 내년부터는 지도자로서 더 좋은 선수를 키우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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