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선수생활 마감’ 8일 은퇴선언
세계신 세우며 역도 그랜드슬램
“다시 나올 수 없는 선수” 찬사
후배 양성 등 ‘인생 2막’ 준비
세계신 세우며 역도 그랜드슬램
“다시 나올 수 없는 선수” 찬사
후배 양성 등 ‘인생 2막’ 준비
“언젠가는 그만둬야 하는 거지만…, 시원섭섭합니다.”
장미란(30·고양시청)이 은퇴를 선언한 8일, 아버지 장호철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시원섭섭한 마음을 내비쳤다. 장씨는 장미란에게 역도를 권한 주인공으로, 그동안 그림자처럼 딸의 곁에서 지원해왔다. 장씨는 “어젯밤 미란이와 통화하다가 은퇴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역도의 간판 장미란이 아쉬움을 뒤로하고 안녕을 고했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역도에 입문한 지 15년 만이다. 이로써 불모지였던 한국에 역도 꽃을 피운 ‘로즈(장미)란’은 살아있는 전설로 남게 됐다.
장미란의 은퇴는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해 8월 2012 런던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75㎏) 용상 3차 시기를 마친 뒤 그는 영원한 이별을 암시하듯 바벨에 손 키스를 했다. 10월 대구 전국체육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차지하며 전국체전 10연속 3관왕 기록을 세우는 등 선수 생활을 연장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은퇴 시기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아버지 장씨는 “은퇴를 갑작스럽게 결정한 게 아니라 3개월 전부터 고민해왔다”고 밝혔다.
정상에 있을 때 아름답게 떠나자는 생각도 영향을 미쳤다. 장미란은 다른 선수보다 뒤늦게 출발했지만 타고난 힘과 노력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선수 생명이 짧은 여자 역도 최중량급에서 10년 가까이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처음 태극마크를 단 2002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은메달을 시작으로 2004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2005·2006·2007·2009 세계선수권 4연패,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10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베이징에서는 합계 326㎏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적수가 없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경기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출전할 수 있는 모든 국제대회를 제패하며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그러나 허리와 어깨에 부상이 찾아왔고, 중국의 저우루루 등 신예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정상의 자리를 위협받았다. 세계 여자 역도 사에서 다시 나올 수 없는 최고의 선수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세월 앞에 영원한 장사는 없었다.
이제 로즈란은 어디서 필까? 장미란은 당분간 ‘장미란 재단’ 일에 전념하며 비인기 종목 후배들을 돕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장미란은 2010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장미란 역도 전용 체육관’을 설립하는 등 스포츠 발전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재학중인 용인대학교 박사과정도 마쳐야 한다. 아버지 장씨는 “학업도 마쳐야 하고, 재단도 계속 운영할 것이다. 이외에 영어, 스포츠 관련 공부 등 다양한 공부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장미란은 10일 고양시청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23일 은퇴식을 한다. 아버지는 “자세한 것은 기자회견 때 미란이가 다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3 여름방학 때 부모의 권유로 마지못해 역도부 문턱에 다다른 장미란은 한 남학생의 “덩치 되게 크다”란 말에 상처를 받고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소심하고 여린 마음을 가다듬으며 10여년간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렸던 그가 이제 새로운 문턱 앞에 섰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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