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스포츠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중인 남자 핸드볼대표팀 골키퍼 강일구(37·인천도시개발공사)는 13일(한국시각) 큰 충격을 받았다. 세르비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상대 선수가 던진 공에 왼쪽 눈을 맞고 기절했다. 슛을 막으려고 뛰쳐나오는 바람에 2~3m의 짧은 거리에서 공에 맞았다.
강일구는 “코트에 쓰러진 뒤 트레이너의 말소리는 들리는데 나는 말을 할 수도,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마치 복싱 선수가 그로기 상태에서 다운당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병원 진단 결과 시신경이 손상되지는 않았지만, 사흘이 지났는데도 “물체가 두 개로 보이고 작은 글씨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14일 슬로베니아와의 2차전에선 강일구 대신 골문을 지킨 박찬영(30·두산)이 상대 슛에 똑같이 왼쪽 눈을 맞았다. 다행히 중거리슛이라 충격은 덜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핸드볼 골키퍼들은 온몸이 방패다. 시속 110~120㎞에 얼굴을 맞는 것은 다반사다. 강일구는 “선수 생활 29년 동안 100번 넘게 맞은 것 같다”고 했다.
슈터가 온 힘을 다해 던지는 슛은 무시무시하다. 한경태 대표팀 골키퍼 코치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연습경기를 위해 몸을 풀다가 2~3m 앞에서 나온 슛에 왼쪽 눈 시신경이 끊어졌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실명은 면했지만 지금도 왼쪽 눈은 아래를 내려다보면 물체가 검게 보인다”고 했다.
눈 부상만 있는 게 아니다. 박찬영은 “주니어대표팀 시절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강슛에 얼굴을 맞아 이빨이 부러진 적이 있다. 얼굴에 공을 하도 많이 맞다 보니 이와 잇몸이 좋지 않아 이빨 12개를 새로 해 넣었다”고 했다.
대표팀과 동행한 임규하 대한핸드볼협회 기술이사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때 공에 맞아 뇌진탕을 겪었다. 골키퍼 출신인 그는 “당시 체코와의 경기에서 얼굴을 맞았는데 후반까지 모두 뛰고 나서 구토를 했다. 그리고 이틀을 누워 있었다”고 했다.
핸드볼 규칙에는 고의로 골키퍼의 얼굴을 공으로 맞히면 2분간 퇴장을 준다. 그러나 골키퍼가 당하는 고통에 견주면 너무 약하다.
사라고사(스페인)/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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