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대표팀의 정의경(왼쪽)과 엄효원이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사라고사(스페인)/김동훈 기자
한국 남자핸드볼 국가대표 정의경(28·두산)과 엄효원(27·국군체육부대)이 지난해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윤경신(40) 두산 감독을 이을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두 선수는 스페인에서 열리고 있는 제27회 세계남자선수권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포지션이 겹쳐 출전 시간을 나눠갖고 있으면서도 엄효원은 17골 6도움주기, 정의경은 9골, 9도움주기로 나란히 팀내 공격포인트 1, 2위를 기록중이다.
정의경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5경기를 모두 마치면 A매치 100경기를 채운다. 2007년 이집트와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래 지금까지 5년여 동안 98경기에서 241골을 넣었다. 250골로 현역 최다인 박중규(30·두산)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이고 은퇴 전까지 300경기 1000골도 가능해 보인다. 그는 “국가대표가 된 뒤 100경기나 뛰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언제나 나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뛴다”고 말했다.
엄효원은 태극마크를 단 지 2년 만에 A매치 100골을 넘본다. 현재 35경기에서 92골을 넣어 이번 대회가 끝나면 100골 달성이 무난해 보인다. 특히 경기당 평균 2.6골로 대표팀에서 가장 많다. 조별리그 3차전에선 벨라루스에 지고도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그는 “기쁘긴 커녕 팀이 져서 자존심이 상했다”고 했다.
둘 다 국내에선 검증된 실력이다. 정의경은 2011년 코리아리그에서 윤경신을 제치고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엄효원 역시 실업 3년차인 2011년 코리아컵에서 윤경신과 득점왕을 다툴 정도로 성장했다.
둘은 공통점이 많다. 포지션이 센터백으로 같고, 둘 다 강원도 출신이다. 정의경은 삼척초등학교 4학년 때 핸드볼을 시작해 삼척중·고를 거쳤다. 엄효원은 태백 장성초교에서 핸드볼에 입문해 태백기계공고를 나왔다. 정의경은 경희대 시절부터 ‘꽃미남’ 외모와 실력을 동시에 갖춰 여성 팬들이 많다. 엄효원은 대학(원광대) 3학년 때인 2007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때 매 경기 10골은 기본으로 터뜨리며 한국팀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했던 ‘될성 부른 떡잎’이었다.
대표팀에서 주전 경쟁을 벌이지만 둘 다 상대를 치켜세운다. 정의경은 “효원이는 돌파가 뛰어나고 슛이 위력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정말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고, 엄효원은 “의경이 형은 중거리슛이 좋고, 실질적인 우리 팀 에이스”라고 했다.
글·사진 사라고사(스페인)/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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