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2~2013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안양 한라와 오지 이글스의 경기에서 한라 선수들이 상대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안양 한라 제공
아이스하키 한라팀 일본원정경기 동행
아시아리그 6라운드서 만난
1위 일 오지와 자존심 대결
선수들 경기 전부터 투지 불타 친한 사이지만 경기당일은 전투
첫날 게임도 치열한 공방전 벌여
결과는 오지가 2-1로 승리 웃음 일본팀 코치 “루키들 실력 좋아져”
경기장 20여명 일본팬들 선물세례 “사카노 센슈데스카?”(축구 선수입니까?) 정장 차림의 건장한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이 18일 일본 하네다 공항 입국장에 들어서자 한 일본 아주머니의 눈이 동그래진다. 아이스하키팀이라는 한라 관계자의 말에 “갓코이”(멋져요)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는다. 국외 원정 갈 때 입는 양복을 불편해하던 선수들은 이제 편안하게 팬들의 시선을 즐긴다. 한라는 2012~2013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6라운드 경기를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도쿄에 입성했다. 한·중·일 7개팀의 정규리그에서 한라는 선두인 일본의 오지 이글스에 이어 2위다. 1~4위가 3월부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때문에 시즌 종반부 매 경기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그 가운데 오지 이글스와의 대결은 아시아리그 최고의 빅경기로 꼽힌다. 오지는 80년 전통에다 일본 최강팀이고 한라는 한국의 자존심이다. 한라는 2009~2010 시즌과 2010~2011 시즌 2연패를 했고, 오지도 2007~2008 시즌과 2011~2012 시즌을 제패했다. 올 시즌 전적은 한라의 1승5패 열세. 하지만 실력차는 크지 않고,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서로를 의식하는 두 팀의 신경전은 호텔과 지하철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본에서도 아이스하키는 비인기종목이다. 경비 절감을 위해 경기 하루 전 도착해 중간급 호텔에 공동으로 묵는다. 한라와 오지 선수들은 식당에 가다가 조우할 때가 있지만, 아는 척하기보다는 지나칠 때가 많다. 19일 한라와 오지의 대결이 열린 도쿄 외곽의 히가시후시미 빙상장까지는 급행 지하철로 30분이 걸린다. 공교롭게도 지하철 같은 칸에 양 팀의 선수들이 맞닥뜨리자 농구 만화 <슬램덩크> 속 라이벌들의 기싸움 못지않은 험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어폰을 끼고 앉은 오지 선수들 앞에 선 한라 선수들이 짧은 턱인사를 하더니 매서운 표정을 짓는다. “경기 전엔 무조건 적이다. 이렇게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는 수비수 김범진의 말에 한라 선수들이 세를 과시하듯 괜히 시끌벅적해진다. 오지 이글스 선수들이 그런 한라 선수들을 곁눈질로 관찰한다. 원정 오갈 때마다 김이며 과자 등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하지만 경기 당일엔 철저히 ‘친구 모드’ 해제다. 민지영 한라 아이스하키단 차장은 “이글스가 독수리라 경기장에 도착하면 상징적으로 닭고기를 사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빙판을 녹일 정도로 뜨거웠다. 아이스하키는 5명 한 조로 총 4조를 구성해 돌아가며 투입한다. 체력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한라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지만 2·3라운드 역전당해 2-1로 졌다. 한라의 주포 조민호는 “찬스가 많았는데 조금만 집중했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게임을 져서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경기는 승패를 떠나 명승부였다. 번개 같은 공수 전환 때 스케이트 날에 얼음보라가 일고, 격렬한 몸싸움에 몸이 공중으로 솟구친 뒤 떨어진다. 스틱은 여러 개 부러졌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의 매력 때문에 도쿄에도 한라 팬들이 생겼다. 한라-오지 이글스 경기 뒤 20여명의 일본 팬들은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을 한라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10년 동안 한라 팬이라는 하토리 게이타는 “약한 팀이었는데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까 뿌듯해서 응원하고 있다. 수비도 공격도 잘하는 김근호 선수를 좋아한다”고 했다. 하토리 가즈코는 “한라 선수들과 대화하고 싶어 한국말을 배웠다. 한국으로 한라 경기를 보러 간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면 한라와 오지 이글스처럼 가까운 팀도 없다. 오지팀의 사쿠라이 구니히코 코치는 “성우제 등 루키들의 실력이 좋아져 놀랐다. 한라가 정규 2위를 해 챔피언전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했다. 오지의 스타선수인 구지 슈헤이도 “이제 한국과 일본의 실력차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조민호의 정교한 공격력 등 한국 팀한테 많이 배운다”고 밝혔다. 한라는 20일 일본의 닛코 아이스벅스와의 싸움에선 6-3으로 이겨 1승1패로 원정 일정을 마쳤다. 앞으로 남은 정규 6경기를 잘 치러 2위를 지킨다면 1-4위, 2-3위 대진의 4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전에 오를 수 있다. 4월 챔피언전이 한·일 최강인 한라와 오지 이글스의 대결이 된다면 더한 볼거리는 없을 것 같다. 도쿄/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1위 일 오지와 자존심 대결
선수들 경기 전부터 투지 불타 친한 사이지만 경기당일은 전투
첫날 게임도 치열한 공방전 벌여
결과는 오지가 2-1로 승리 웃음 일본팀 코치 “루키들 실력 좋아져”
경기장 20여명 일본팬들 선물세례 “사카노 센슈데스카?”(축구 선수입니까?) 정장 차림의 건장한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이 18일 일본 하네다 공항 입국장에 들어서자 한 일본 아주머니의 눈이 동그래진다. 아이스하키팀이라는 한라 관계자의 말에 “갓코이”(멋져요)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는다. 국외 원정 갈 때 입는 양복을 불편해하던 선수들은 이제 편안하게 팬들의 시선을 즐긴다. 한라는 2012~2013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6라운드 경기를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도쿄에 입성했다. 한·중·일 7개팀의 정규리그에서 한라는 선두인 일본의 오지 이글스에 이어 2위다. 1~4위가 3월부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때문에 시즌 종반부 매 경기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그 가운데 오지 이글스와의 대결은 아시아리그 최고의 빅경기로 꼽힌다. 오지는 80년 전통에다 일본 최강팀이고 한라는 한국의 자존심이다. 한라는 2009~2010 시즌과 2010~2011 시즌 2연패를 했고, 오지도 2007~2008 시즌과 2011~2012 시즌을 제패했다. 올 시즌 전적은 한라의 1승5패 열세. 하지만 실력차는 크지 않고,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서로를 의식하는 두 팀의 신경전은 호텔과 지하철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본에서도 아이스하키는 비인기종목이다. 경비 절감을 위해 경기 하루 전 도착해 중간급 호텔에 공동으로 묵는다. 한라와 오지 선수들은 식당에 가다가 조우할 때가 있지만, 아는 척하기보다는 지나칠 때가 많다. 19일 한라와 오지의 대결이 열린 도쿄 외곽의 히가시후시미 빙상장까지는 급행 지하철로 30분이 걸린다. 공교롭게도 지하철 같은 칸에 양 팀의 선수들이 맞닥뜨리자 농구 만화 <슬램덩크> 속 라이벌들의 기싸움 못지않은 험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어폰을 끼고 앉은 오지 선수들 앞에 선 한라 선수들이 짧은 턱인사를 하더니 매서운 표정을 짓는다. “경기 전엔 무조건 적이다. 이렇게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는 수비수 김범진의 말에 한라 선수들이 세를 과시하듯 괜히 시끌벅적해진다. 오지 이글스 선수들이 그런 한라 선수들을 곁눈질로 관찰한다. 원정 오갈 때마다 김이며 과자 등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하지만 경기 당일엔 철저히 ‘친구 모드’ 해제다. 민지영 한라 아이스하키단 차장은 “이글스가 독수리라 경기장에 도착하면 상징적으로 닭고기를 사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빙판을 녹일 정도로 뜨거웠다. 아이스하키는 5명 한 조로 총 4조를 구성해 돌아가며 투입한다. 체력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한라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지만 2·3라운드 역전당해 2-1로 졌다. 한라의 주포 조민호는 “찬스가 많았는데 조금만 집중했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게임을 져서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경기는 승패를 떠나 명승부였다. 번개 같은 공수 전환 때 스케이트 날에 얼음보라가 일고, 격렬한 몸싸움에 몸이 공중으로 솟구친 뒤 떨어진다. 스틱은 여러 개 부러졌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의 매력 때문에 도쿄에도 한라 팬들이 생겼다. 한라-오지 이글스 경기 뒤 20여명의 일본 팬들은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을 한라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10년 동안 한라 팬이라는 하토리 게이타는 “약한 팀이었는데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까 뿌듯해서 응원하고 있다. 수비도 공격도 잘하는 김근호 선수를 좋아한다”고 했다. 하토리 가즈코는 “한라 선수들과 대화하고 싶어 한국말을 배웠다. 한국으로 한라 경기를 보러 간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면 한라와 오지 이글스처럼 가까운 팀도 없다. 오지팀의 사쿠라이 구니히코 코치는 “성우제 등 루키들의 실력이 좋아져 놀랐다. 한라가 정규 2위를 해 챔피언전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했다. 오지의 스타선수인 구지 슈헤이도 “이제 한국과 일본의 실력차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조민호의 정교한 공격력 등 한국 팀한테 많이 배운다”고 밝혔다. 한라는 20일 일본의 닛코 아이스벅스와의 싸움에선 6-3으로 이겨 1승1패로 원정 일정을 마쳤다. 앞으로 남은 정규 6경기를 잘 치러 2위를 지킨다면 1-4위, 2-3위 대진의 4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전에 오를 수 있다. 4월 챔피언전이 한·일 최강인 한라와 오지 이글스의 대결이 된다면 더한 볼거리는 없을 것 같다. 도쿄/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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