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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장애는 단지 장애일 뿐
우리가 설원·빙판 여왕
“함께 금메달 딸래요”

등록 2013-01-27 20:36수정 2013-01-27 22:40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출전하는 최아람이 연습훈련을 하면서 밝게 웃고 있다.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 조직위 제공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출전하는 최아람이 연습훈련을 하면서 밝게 웃고 있다.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 조직위 제공
평창겨울스페셜올림픽 출전 최아람·영미 자매
지적발달 떨어져 장애 3급 자매
스키와 쇼트트랙에 나란히 출전

아람이 친엄마 세상 떠난 뒤
뇌성마비 언니와 동생 돌보면서도
스키대회서 금메달만 13개 따
영미도 쇼트트랙 첫대회 은메달

낯선 사람의 방문이 어색한지 자꾸만 방으로 쪼르르 들어갔다. 그러나 몇마디 말을 주고받자 이내 얼굴이 펴졌다. 대하는 법을 모를 뿐, 마음을 열면 통하는 법이다.

최아람(14)-영미(12) 자매는 지적장애 3급이다. 뇌성마비도 아니고, 다운증후군이나 자폐도 아니다. 지능지수로 따지면 70 근처로 지적 발달이 떨어졌다. 그래서 남과 말문을 잘 트지 못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더디다. 자매의 언니인 보람(15)이는 중증 뇌성마비다. 세 딸이 모두 장애로 판정나자 부모의 마음은 무너져내렸다. 강원도 동해 집에 있던 아버지 최인규(45)씨는 “아람이가 8살 때 성장이 더디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지적장애인 줄 몰랐다. 혹시나 했는데 영미까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2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에서 두 자매가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쇼트트랙 대표로 출전한다는 대목에서는 대견한 듯 기운을 냈다. 딸들은 운동신경만큼은 타고났기 때문이다.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하는 최아람(왼쪽)-영미 자매가 그동안 자신들이 각종 대회에서 딴 금메달과 함께 자세를 취했다.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하는 최아람(왼쪽)-영미 자매가 그동안 자신들이 각종 대회에서 딴 금메달과 함께 자세를 취했다.
대회에 출전하는 언니 아람은 스키의 천재다. 스키를 탄 지 3개월 만인 2011년 2월에 8회 전국장애인겨울체육대회 크로스컨트리 지적장애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지난해 2월 스페셜올림픽 프레대회에선 3관왕에 올랐다. 지금까지 각종 대회에서 딴 금메달이 13개다. 아버지는 “아람이가 지난해에만 금메달을 5개나 땄다. 운동을 시작하고 항상 금메달만 땄다”며 뿌듯해했다.

크로스컨트리는 ‘설원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힘든 운동이다. 10분만 달려도 숨이 차오르고, 땀으로 범벅이 된다. 하지만 아람이는 매일 20㎞를 달렸다. 엄마 김정옥(42)씨는 “아람이가 운동하고 돌아와 다리가 아프다고 할 때는 마음이 짠하다. 그래도 아람이는 스키를 탈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동생 영미는 “운동하는 언니가 부러워” 지난해 겨울부터 쇼트트랙을 시작했다. 스피드와 민첩성이 좋아 처음 나간 대회에서 덜컥 은메달을 땄다. 영미는 지난해 봄부터 높이뛰기와 포환던지기에도 입문한 ‘욕심쟁이’다. 지난해 여름엔 제6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육상 여자 초등부에서 두 종목 모두 금메달을 땄다. 강원도 선수단 첫 2관왕이었다. 영미는 “그래도 겨울에 하는 쇼트트랙이 더 재미있다. 얼음 위를 달리는 게 좋다”며 웃었다.

둘은 운동을 하기 전에는 웃음이 없었다. 특히 아람이가 힘들었다. 1남3녀 중 둘째인 아람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친엄마가 갑상샌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언니와 동생 2명을 혼자 돌봐야 했다. 자신도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특수학교에 다니는 것은 꿈도 못꿨다. 일반 학교에선 “몸에서 냄새가 나고 말도 잘 못한다”며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수업 시간에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집에 올 때도 많았다.

아람이의 얼굴에 햇살을 돌려준 이는 새엄마와 태백미래학교 박영철 선생님이다. 2009년 새엄마가 들어온 뒤 아람이는 비로소 특수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박영철 교사는 지구력과 근력이 좋은 아람이에게 크로스컨트리를 권했다. 엄마는 “운동을 하면서 많이 밝아졌다. 일부러 외가와 친척집에 많이 데리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도록 한다”고 말했다.

아람과 영미 자매의 대회 목표는 우승이다. 아람이는 “그동안 제가 1등을 해도 동생이 은메달을 따서 조금 아쉬웠다. 이번에는 같이 금메달 땄으면 좋겠다”고 했고, 영미도 “쇼트트랙 세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엄마는 “둘 다 게으름을 피울 줄 모른다. 인내와 끈기가 있다”고 칭찬했다.

스페셜올림픽 기간엔 부모가 바빠진다. 크로스컨트리는 평창에서, 쇼트트랙은 강릉에서 열리기 때문에 두 곳으로 왔다갔다해야 한다. 두 딸이 나란히 설원과 빙판의 여왕으로 우뚝 설 것을 상상하면 힘들지 않다.

동해/글·사진 김동훈 기자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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