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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 넘어진 선수 일어나 완주하자 감동의 박수

등록 2013-01-30 19:41수정 2013-01-30 22:10

2013 평창겨울스페셜올림픽 이틀째인 30일 오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바이애슬론 경기장에서 열린 스노슈잉 800m 디비전의 참가자들이 눈 덮인 트랙을 달리고 있다. 평창/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3 평창겨울스페셜올림픽 이틀째인 30일 오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바이애슬론 경기장에서 열린 스노슈잉 800m 디비전의 참가자들이 눈 덮인 트랙을 달리고 있다. 평창/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평창스페셜올림픽 ‘스노슈잉’
출발선에 선 선수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넘쳤다. 장애 정도가 심한 선수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제자리를 찾았다. 엘살바도르에서 온 10살 소녀부터 64살 폴란드 할머니까지 국적도 나이도 다양했다.

선수 소개가 끝나고 출발선 앞 양쪽에 2명씩 서 있던 4명의 심판이 일제히 빨간 깃발을 올렸다. 출발신호였다. 관중들의 환호성 속에 스노슈를 신은 선수들이 딸깍딸깍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일제히 앞으로 달려나갔다. 히잡을 쓴 림 알발루시(18·아랍에미리트)가 비장애인 못지않은 빠른 속도로 눈 위를 질주하자 관중들이 나팔을 불고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환호했다. 그러나 관중들은 뒤뚱거리며 꼴찌로 달린 더빈 질(44·미국)에게 더 큰 박수를 보냈다. 빨간색 단풍잎 무늬의 통모자와 얼굴 페인팅을 한 캐나다 응원단은 열광적으로 질에게 용기를 보냈다.

격려의 함성이 ‘장애’ 일으켜 세워
한바퀴나 처진 선수도 포기 안해

이봉주·장쯔이 등 스타와 함께
400m 릴레이 펼치며 함박웃음

다음 경기에서 뇌성마비 장애가 심해 보이는 캐서린 로즈(55·미국)가 중심을 잃고 눈 위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관중들은 더욱 큰 함성으로 그를 격려했고, 다시 일어선 로즈가 마침내 완주하자 다시 한번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자원봉사자 조경아(22)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 달리는 모습을 보니 가슴 뭉클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3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바이애슬론 경기장에서 열린 2013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 스노슈잉 경기. 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경기를 관중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지켜봤다. 스노슈잉은 신발 바닥에 알루미늄이나 나무 재질의 스노슈를 덧대고 눈 위를 달리는 ‘설원의 육상’이다. 스노슈의 길이는 신발보다 길고 스키보다는 짧다. 특별히 장비 다루는 법을 배울 필요가 없어 기구 조작 능력이 부족한 지적장애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트랙을 두 바퀴 도는 800m 경기에선 결승선에 들어온 선수들이 기진맥진해 그대로 눈밭에 누워버렸다. 꼴찌로 들어온 장프랑수아 르클레르(33·캐나다)도 그랬다. 관중석의 일부 한국 군인들은 “러시아”, “러시아”를 연호하며 그를 응원했다.

튀니지에서 온 람지 하마미(20)는 다른 선수들을 한바퀴 이상 앞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관중들에게 손박수를 유도해 웃음을 선사했다. 그보다 한바퀴나 처진 이탈리아의 파비오 볼페(27)는 자신도 완주한 줄 알고 한바퀴만 돌고는 멈춰섰다. 그러자 자원봉사자가 한바퀴 더 돌아야 한다고 말하자 한숨을 크게 내쉰 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거친 숨을 내쉬며 골인한 그는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은 순위와 상관없이 기량이 비슷한 선수들끼리 결승을 치르기 위해 등급(디비전)을 정하는 경기였다. 스노슈잉은 25m, 50m, 100m, 200m, 400m, 800m, 1600m, 5㎞(이상 개인)와 400m, 1600m 계주(단체) 등 모두 10종목이 있다.

오후에는 지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400m 릴레이 경기를 펼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라톤 이봉주(43), 레슬링 심권호(41), 중국 농구스타 야오밍(33), 중국 영화배우 장쯔이(34) 등 국내외 유명인사들이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봉주는 “가벼운 마라톤화를 신다가 스노슈를 신으니 어색하다”고 웃음을 머금은 뒤 “지적장애인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 미안하고, 앞으로는 그들을 위해 언제든 ‘재능 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꼴찌를 한 야오밍은 “중국 남쪽에서 성장해 눈 위를 처음 뛰어본다. 힘들었지만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승자와 패자는 없다. 장애와 비장애를 뛰어넘은, 크고 환한 웃음이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평창/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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