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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경로당 연습벌레…“발레할때 살아 있다 느껴요”

등록 2013-01-31 19:54수정 2013-01-31 21:05

백지윤(21·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사진 오른쪽)
백지윤(21·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사진 오른쪽)
평창 스페셜올림픽 개막공연 참여한 지적장애 발레리나 백지윤씨
중증 다운증후군 있는 1급 장애인
2분남짓 혼신의 연기에 관객 갈채
“남자 무용수와 듀엣 공연이 꿈”
이원국·김주원·김지영씨 등 국내 최고 무용수들의 틈바구니에 작고 여린 소녀가 보였다. 마침내 조명이 모두 꺼지고 발레 <지젤>의 막이 흐르자 소녀는 여성 솔로를 연기하기 시작했다. 혼신의 힘으로 도약을 한 뒤 간신히 중심을 잡으며 회전을 해냈다. 2분 남짓 짧은 공연이 끝나자 1천여명 관객들은 엄청난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 기립박수도 이어졌다.

지난 30일 밤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열린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 개막기념 공연의 주인공은 발레리나 백지윤(21·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사진 오른쪽)씨였다. 중증 다운증후군으로 1급 지적장애인인 그는 대회 6일간 날마다 열리는 문화공연의 첫 무대 ‘발레와 마술’을 성공리에 마쳤다.

공연 전 대기실에서 만난 그는 “부끄럽다”며 곁에 있던 엄마 품을 파고 들었다. 지능지수가 20~50에 불과하고 키도 잘 자라지 않는 다운증후군 장애인에게 무용은 사실 상상할 수 없는 도전이었지만 백씨는 세상의 편견을 깨고 어엿한 발레리나가 됐다.

초등학교 때 엄마와 함께 <호두까기 인형>를 보고 발레리나를 동경했다는 그는 “길을 가다가 우연히 발레학원을 보고 엄마를 졸라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어머니 이명희(48·왼쪽)씨는 “학원에서는 지윤이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그만둘 수도 있다며 곤란해했지만 ‘재활과정의 하나로 도와달라’고 설득해 다닐 수 있었다”고 했다. 연습 공간이 마땅치않아 집 근처 경로당을 빌려 매일 밤 늦게까지 연습한 끝에 국립발레단 영재아카데미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이씨는 “지윤이가 발레를 시작한 뒤 자신감이 생기고, 사회 적응력도 빨라졌다”고 했다. 발레 공연 기사는 모두 찾아볼 정도로 관심이 많은 백씨는 “발레를 해야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날 공연에 출연 제안을 받은 1월초, 늘 동경하던 최고 무용수들과 한 무대에 선다는 생각에 가슴이 쿵쾅거렸다는 그는 “평소와 달리 긴장도 많이 했고, 실수할까봐 두렵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스포츠도 즐기는 그는 2010년 전국지적장애인체전에 출전해 수영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적도 있다. 간단한 영어회화도 가능한 그는 1일부터 올림픽 자원봉사자로도 활동한다.

“남성 무용수와 함께 듀엣 공연을 해보는 게 꿈”이라는 그는 마침 대기실에 있던 선배 무용수들을 가리키며 “(이)영철 오빠보다는 (이)동훈 오빠와 공연하고 싶다”고 말해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맑고 행복해보이는 웃음이었다.

평창/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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