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중인 3급 지적장애인 김재영 선수가 3일 알제리와의 플로어하키 경기가 끝난 뒤 체육관을 찾은 딸 은미씨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다.
평창스페셜올림픽 김재영씨 부녀
작년 플로어하키 시작한 늦깎이
감독·선수 모두 ‘삼촌’이라 불러 돌때 떠난 엄마에 대해 깜깜한 딸
“힘들때 아빠 생각에 마음잡아
자랑스러운 아빠 없인 못살죠” “아빠, 아빠는 다른 애들 아빠하고 좀 다른 것 같아.” “미안하구나.” “아니야, 괜찮아. 나는 아빠 말고 다른 아빠는 필요 없어.” 아내가 가출한 뒤 7살 지능의 아빠(숀 펜)와 딸(다코타 패닝)의 감동적인 사연을 그린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에 나오는 대사다. 2013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에서 영화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부녀가 나타났다. 딸은 아빠를 보자마자 울컥하며 눈물을 흘렸다.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가장 예쁜 딸. 부녀의 밝은 미소에 체육관이 환해졌다. 딸 김은미(22)씨가 3일 친구와 함께 찾은 곳은 강원도 강릉시 관동대학교 체육관. 아빠 김재영(52)씨는 이번 대회 플로어하키 대표팀 수비수다. 마스크 장비에 가슴에 태극마크, ‘코리아’ 영문이 선명한 유니폼을 입은 아빠가 자랑스럽다. 공을 잡을 때마다 행여 실수라도 할까봐 마음을 졸였던 딸은 이날 알제리와의 풀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4-2로 이기자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비슷한 실력의 5개 팀과 함께 디비전7에 속한 한국은 2위(3승1패)로 4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4일 준결승, 5일 결승전으로 잘하면 금메달도 가능해 보인다. 딸은 “아빠가 너무 멋있다.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빠는 지적장애 3급. 강원도 양구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아빠는 어릴 적 말이 더뎠다. 은미씨는 “할머니가 아빠를 가졌을 때 한약을 잘못 드셨다”고 했다. 엄마를 만나 은미를 낳았지만 첫돌이 되기 전에 엄마는 집을 나갔다. 은미씨는 “엄마 이름도, 나이도, 얼굴도 모른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며느리가 미웠던지 사진첩의 며느리 사진을 모조리 잘라버렸다. 강원도 춘천에서 큰아빠와 큰엄마 손에서 큰 은미씨는 “초등학교 때 ‘엄마’라고 부르던 큰엄마가 친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사춘기 상처가 컸지만 은미씨는 “그럴수록 큰아빠와 함께 벼농사를 짓는 아빠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아빠는 1m68로 반듯하게 큰 은미가 대견하다는 표정이다. 아빠가 운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5년 전.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농구를 하면서 당뇨도 떨치고 건강을 되찾았고, 성격도 활달해졌다. 플로어하키는 지난해 1월 복지관이 강원도 반달곰의 애칭을 딴 ‘반비’(BANBI)팀을 창단하면서 시작했다. 이번 대회에 ‘고양 홀트’와 함께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했다. 골키퍼 1명과 필드플레이어 5명으로 이뤄진 플로어하키는 가로 12m 세로 24m의 체육관에서 9피리어드로 승패를 가린다. 엔트리 15명이 의무적으로 다 뛰어야 한다. 가운데 홈이 파인 퍽을 막대기로 꿰어 달리고 슈팅을 날려 득점을 한다. 발로 차도 되지만 발로 찬 득점은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선수단 최고령인 아빠는 감독보다도 나이가 많다. 10~20대 조카뻘 선수들과 감독은 “재영이 삼촌”이라고 부른다. 아빠는 탄탄한 체격에 철통 자물쇠 구실을 한다. 손원우 감독은 “재영이 삼촌 없으면 수비가 안 된다”고 칭찬했다. 아빠는 에너지가 넘친다. 가장 크게 파이팅을 외치며 조카뻘 선수들을 독려한다. 3일 알제리전 3피리어드에서 한국팀이 극적으로 2골을 추가해 이기자 어린 선수 한명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뻐했다. 은미씨는 “아빠가 농구와 플로어하키를 하면서 따 온 메달이 5개나 된다”며 웃었다. 은미씨는 아빠를 두고 “내 심장과 같은 존재”라고 했다. “아빠가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고 1때 한동안 떨어져 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많이 울었다”고 했다. 대학에서 미용을 전공하고 취업 준비중인 은미씨는 “나중에 결혼해서도 아빠와 함께 살고 싶다. 아빠를 사회복지시설에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관동대 체육관에 걸린 대회 슬로건 ‘투게더 위 캔’(Together We Can·하나된 감동)이 마치 부녀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강릉/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감독·선수 모두 ‘삼촌’이라 불러 돌때 떠난 엄마에 대해 깜깜한 딸
“힘들때 아빠 생각에 마음잡아
자랑스러운 아빠 없인 못살죠” “아빠, 아빠는 다른 애들 아빠하고 좀 다른 것 같아.” “미안하구나.” “아니야, 괜찮아. 나는 아빠 말고 다른 아빠는 필요 없어.” 아내가 가출한 뒤 7살 지능의 아빠(숀 펜)와 딸(다코타 패닝)의 감동적인 사연을 그린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에 나오는 대사다. 2013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에서 영화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부녀가 나타났다. 딸은 아빠를 보자마자 울컥하며 눈물을 흘렸다.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가장 예쁜 딸. 부녀의 밝은 미소에 체육관이 환해졌다. 딸 김은미(22)씨가 3일 친구와 함께 찾은 곳은 강원도 강릉시 관동대학교 체육관. 아빠 김재영(52)씨는 이번 대회 플로어하키 대표팀 수비수다. 마스크 장비에 가슴에 태극마크, ‘코리아’ 영문이 선명한 유니폼을 입은 아빠가 자랑스럽다. 공을 잡을 때마다 행여 실수라도 할까봐 마음을 졸였던 딸은 이날 알제리와의 풀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4-2로 이기자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비슷한 실력의 5개 팀과 함께 디비전7에 속한 한국은 2위(3승1패)로 4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4일 준결승, 5일 결승전으로 잘하면 금메달도 가능해 보인다. 딸은 “아빠가 너무 멋있다.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빠는 지적장애 3급. 강원도 양구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아빠는 어릴 적 말이 더뎠다. 은미씨는 “할머니가 아빠를 가졌을 때 한약을 잘못 드셨다”고 했다. 엄마를 만나 은미를 낳았지만 첫돌이 되기 전에 엄마는 집을 나갔다. 은미씨는 “엄마 이름도, 나이도, 얼굴도 모른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며느리가 미웠던지 사진첩의 며느리 사진을 모조리 잘라버렸다. 강원도 춘천에서 큰아빠와 큰엄마 손에서 큰 은미씨는 “초등학교 때 ‘엄마’라고 부르던 큰엄마가 친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사춘기 상처가 컸지만 은미씨는 “그럴수록 큰아빠와 함께 벼농사를 짓는 아빠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아빠는 1m68로 반듯하게 큰 은미가 대견하다는 표정이다. 아빠가 운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5년 전.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농구를 하면서 당뇨도 떨치고 건강을 되찾았고, 성격도 활달해졌다. 플로어하키는 지난해 1월 복지관이 강원도 반달곰의 애칭을 딴 ‘반비’(BANBI)팀을 창단하면서 시작했다. 이번 대회에 ‘고양 홀트’와 함께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했다. 골키퍼 1명과 필드플레이어 5명으로 이뤄진 플로어하키는 가로 12m 세로 24m의 체육관에서 9피리어드로 승패를 가린다. 엔트리 15명이 의무적으로 다 뛰어야 한다. 가운데 홈이 파인 퍽을 막대기로 꿰어 달리고 슈팅을 날려 득점을 한다. 발로 차도 되지만 발로 찬 득점은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선수단 최고령인 아빠는 감독보다도 나이가 많다. 10~20대 조카뻘 선수들과 감독은 “재영이 삼촌”이라고 부른다. 아빠는 탄탄한 체격에 철통 자물쇠 구실을 한다. 손원우 감독은 “재영이 삼촌 없으면 수비가 안 된다”고 칭찬했다. 아빠는 에너지가 넘친다. 가장 크게 파이팅을 외치며 조카뻘 선수들을 독려한다. 3일 알제리전 3피리어드에서 한국팀이 극적으로 2골을 추가해 이기자 어린 선수 한명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뻐했다. 은미씨는 “아빠가 농구와 플로어하키를 하면서 따 온 메달이 5개나 된다”며 웃었다. 은미씨는 아빠를 두고 “내 심장과 같은 존재”라고 했다. “아빠가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고 1때 한동안 떨어져 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많이 울었다”고 했다. 대학에서 미용을 전공하고 취업 준비중인 은미씨는 “나중에 결혼해서도 아빠와 함께 살고 싶다. 아빠를 사회복지시설에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관동대 체육관에 걸린 대회 슬로건 ‘투게더 위 캔’(Together We Can·하나된 감동)이 마치 부녀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강릉/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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