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출전권 3장 따냈지만
김연아 이어갈 재목 안보여
일본은 무라카미 4위 두각
전용 빙상장 없어 훈련 어려움
전지훈련 기업 후원도 아쉬워
김연아 이어갈 재목 안보여
일본은 무라카미 4위 두각
전용 빙상장 없어 훈련 어려움
전지훈련 기업 후원도 아쉬워
“한국은 김연아 다음에 누가 있지?”
정재은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심판이사가 요즘 국외 심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라고 한다. 김연아 외에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일 만큼 실력이 무르익은 한국 피겨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17일(한국시각) 끝난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부문에서도 일본은 아사다 마오(3위)에 이어 무라카미 가나코가 4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한국은 ‘독보적인 존재’ 김연아뿐이었다.
김연아가 한국 피겨 여자 싱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권 3장을 따내면서 한국 피겨계는 고무됐다. 출전권 2장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김해진(16·과천중)과 박소연(16·강일중) 등 후배들은 “연아 언니에게 너무 감사하다. 언니와 함께 소치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겠다”며 들뜬 모습이다. 정재은 심판이사는 “올림픽 티켓 3장은 우리나라 피겨계에 큰 기운을 불어넣었다. 다양한 선수들이 올림픽에 서는 모습을 보면서 또다른 꿈나무들이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언니’가 차려놓은 밥상을 먹고 무럭무럭 크려면 ‘동생’들의 노력 외에도 피겨계의 지원이 절실하다. 정재은 심판이사는 “‘제2의 김연아’가 나타나길 고대하지만, 김연아는 돌연변이다. 모든 선수가 돌연변이가 되길 바라는 건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잠재력을 가진 유망주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갈고닦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피겨 여왕을 배출한 한국에 피겨 전용 빙상장조차 없다. 선수들은 국가대표가 되기 전까지 목동 아이스링크 등에서 일반인들과 섞여 연습해야 한다. 한 빙상관계자는 “일반인들을 피하려면 밤늦게나 새벽에 연습해야 하는데 그러면 피로가 쌓여 신체 리듬이 깨진다”고 말했다. 남자 피겨 싱글 기대주 이준형도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대표가 되고 나서 가장 좋은 것은 태릉빙상장에서 선수들끼리 연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태릉빙상장도 쇼트트랙 등 다른 종목 선수들과 나눠 써야 한다. 이 관계자는 “쇼트트랙은 딱딱한 얼음에서 타지만 피겨는 소프트한 느낌에서 타야 하는데 태릉빙상장 얼음은 쇼트트랙에 맞춰져 있어 피겨를 하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피겨는 일반적으로 0~3℃ 안팎, 쇼트트랙은 -5~-7℃ 안팎이지만, 태릉빙상장의 얼음 온도는 -5℃라고 한다. 김연아는 밴쿠버올림픽을 앞두고 피겨 선수 전용 링크장이 있는 캐나다에서 훈련했다.
전지훈련이 절실하지만 돈이 많이 든다. 김연아는 주니어 시절부터 실력이 탁월해 스폰서 등 물질적 지원도 많았지만 다른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최청락 건국대 교수가 몇해 전 피겨 비용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1년에 약 4000만~5000만원이 든다. 평균 3개월마다 교체하는 스케이트 부츠 비용은 사용 기간을 늘리거나 하는 방법으로 아낄 수 있지만 전지훈련비는 워낙 액수가 크다. 이준형은 “전용 링크장이 있는 캐나다 등에서 훈련하고 싶지만 전지훈련비가 많이 들어 작년에는 못 갔다. 선수들 여러명이 돈을 모아 부담을 덜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시선이 ‘김연아’를 넘어 ‘피겨’ 전체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또다른 관계자는 “국제빙상경기연맹 공식 스폰서를 보면 과반수가 일본이다. 규칙이 변경될 때 스폰서가 많은 나라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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