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주는 곳 없던 서장훈과
손내민 전창진의 ‘굵은 인연’
손내민 전창진의 ‘굵은 인연’
“야, 같이 하자.” 수화기 너머 퉁명스런 한마디에 “고맙습니다” 인사를 건넸다.
전창진 케이티(KT) 감독과 서장훈의 지난 1년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19일 경기를 끝으로 코트를 떠난 서장훈은 “농구인생 마지막을 전창진 감독과 함께 해 행복했다”고 했고, 전 감독은 “일찍 장훈이를 못 만나서 아쉽다”고 했다.
서장훈과 전 감독의 관계는 특별하다. 받아주는 곳이 없어 은퇴 갈림길에 선 서장훈에게 손을 내민 이가 전 감독이다. 전 감독은 “우리나라 농구에 한 획을 그은 선수인데 1년을 더 뛰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둘은 2005 카타르 도하 아시아선수권에서 대표팀 선수와 감독으로 처음 만났다. 전 감독은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내 방에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면서 친해졌다. 욱하는 거나 깔끔한 성격도 닮아서 남 같지 않았다”며 웃었다. 그 뒤 사적인 고민도 상담할 정도로 ‘수다 친구’가 됐지만 프로에서 한솥밥을 먹을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서장훈은 전 감독의 케이티에서 뛰면서 다른 면모를 보였다. ‘부상 투혼’으로 안티팬들을 사로잡고, “내년은 없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다. 전 감독은 “철저했다. 연습 게임 때도 공격을 주도하고 지지 않으려 했다”고 회상했다.
전 감독은 서장훈의 남다른 면도 소개했다. “장훈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제 얘기를 나눠보면 정말 다르다. 전지훈련을 갈 때 공항에서 사라져서 어디 갔나 봤더니 혼자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더라. 운동선수도 알아야 한다며 신문도 많이 읽고.”
그런데 왜 서장훈은 판정에 민감하고, 투덜대는 나쁜 이미지로 남았을까. 전 감독은 “승부욕이 강하다 보니 그렇다. 하지만 선수는 욕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 서장훈에게 특별한 주문을 했다. “실력은 누구나 인정하니까 남들이 매너가 좋지 않다고 말하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라고 했다. 상대편 선수의 엉덩이도 두드려주고 심판에게 항의하지 말라고.(웃음)”
전 감독은 한달 전 “서장훈을 위해서라도 6강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실패하면서 은퇴식이 앞당겨졌다. 전 감독은 미안해했다. 하지만 서장훈은 “전창진 감독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며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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