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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열공하는 미국의 선수들

등록 2013-03-28 19:41

카운슬링 담당 교수가 한 운동선수의 학업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카운슬링 담당 교수가 한 운동선수의 학업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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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삼매경이다. 어느 대학에서나 볼 수 있는 당연한 풍경이다. 하지만 이곳이 체육대학 스포츠센터이고, 공부하는 이들이 대부분 톱스타를 꿈꾸는 운동선수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26일(현지시각) 오전 11시께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서던캘리포니아(유에스시·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체육대학의 존 매케이 스포츠센터의 도서관 풍경은 신선했다. 오로지 운동에 모든 것을 바쳐야 하는 한국 선수들의 현실과 겹쳐지자 한방 먹은 기분이었다.

미국의 대학과 전미대학체육연합(NCAA)의 운동선수 학업 성취 요구는 매우 높다. 그 가운데서도 유에스시는 유별나다. ‘공부하는 선수 육성’ 방침에 따라 입학 때부터 까다롭게 선발하고, 다양한 학습강화 프로그램을 돌린다. 운동만 하다가 졸업할 경우 자칫 사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마지 엘 샤하위 교수는 “운동선수들의 전성기는 대부분 30대까지다. 은퇴 이후의 성공적인 삶도 중요하다. 교육을 통해 젊은 운동 선수들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오전 7시부터 아침 운동을 하고, 반드시 수업을 듣는다. 오후에도 수업을 마치고 운동한다. 1대1 멘토링은 이 학교의 특징. 자원봉사 학생이나 교수 등이 운동선수들에게 과외뿐 아니라 카운슬러 구실을 한다. 수시로 다음달 성적 계획을 잡거나, 은퇴 뒤 하고 싶은 꿈을 위해 해야 할 공부를 알려준다.

학교는 공부하는 자연스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총 건립비용 770억원짜리 스포츠센터는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이 대학 21개 팀 650여명의 선수가 이용하는 스포츠 센터에는 체력 훈련장부터 강의실, 도서관, 전력 분석실, 미팅룸, 라커룸, 코치들을 위한 사무실이 있다. 강의를 듣고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고루 갖춰져 있다. 동선까지 생각한 배치에 최신식 시설 등이 공부 욕구를 자극할 것으로 보였다.

이 대학에 유학중인 현정화 전 탁구대표팀 감독은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선수들이 공부하는 게 지칠 수 있다. 그런데 이곳에 오면 시설이 좋아 자연스럽게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마크 잭슨 부센터장은 “운동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미래의 보험을 위해서라도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싶어하도록 공간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모든 프로그램은 공부가 우선이다. 때문에 학점을 따지 못하면 경기 출전을 금지하거나 훈련에도 참여시키지 않는다. 여자 프로 골퍼를 꿈꾸는 체육대학 1학년 김경우씨는 “가끔 공부하는 시간에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먼 미래 은퇴 뒤를 생각하면 할 수 있을 때 공부도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운동에 뒤처지지 않는다. 이 대학 출신 선수들이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딴 메달은 287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수영 3관왕 리베카 소니와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육상 3관왕 앨리슨 펠릭스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메달을 따지 못하고 운동으로 성공 못한 선수들은 자기 전공분야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한다. 운동만 하다가 대학 졸업 뒤 사회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는 선수가 많은 우리 사회가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정화 전 감독은 “선수들은 부상이나 은퇴 등으로 운동을 그만두게 되면 허탈감을 느끼고 막막해한다. 우리나라도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글·사진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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