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헝가리의 31년 빙벽 녹였다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서
승부치기로 5-4 대역전 드라마
역대전적 1무9패 끝에 첫승

31년 벽이 드디어 깨졌다.

1982년 첫 대결 패배(2-18) 이후 31년이 걸렸다. 세계 수준과 두자릿수 점수차도 영원한 것이 아니었다. 해결사 구실은 군인팀인 상무 선수들이 맡았다.

한국 아이스하키대표팀이 16일(한국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3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대회 디비전1 A그룹 2차전에서 홈팀 헝가리에 5-4(0-3, 1-1, 3-0, 연장 0-0, 승부치기 <1-0>) 역전승을 거뒀다. 올해 첫 출전한 디비전1 A그룹에서 첫 승리이며, 이번 대회 1승1패.

한국은 1982년 스페인 세계대회 C풀에서 헝가리에 2-18로 대패한 것을 시작으로 31년간 11번 맞붙어 1무10패로 일방적으로 밀렸다. 세계 순위도 한국이 28위, 헝가리가 19위. 그러나 이날 ‘부다페스트의 이변’을 연출했다.

경기 초반은 헝가리가 지배했다. 대표팀은 일방적으로 밀렸고 1피리어드에 3골을 내줬다. 2피리어드에서 권태안(하이원)의 골로 포문을 열었지만 상대의 역공을 받아 골을 허용하면서 1-4, 3골차는 여전했다.

그러나 3피리어드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3피리어드 시작 56초 만에 간판 골잡이 김기성(상무)이 추격골을 쏘았고, 5분께 김원중(상무)의 추가골로 헝가리를 숨가쁘게 추격했다. 3피리어드 8분26초에는 상대 수비수가 2분간 퇴장당한 틈을 타 동점을 엮어냈다. 막내 신상훈(연세대)이 박우상(상무)과 이돈구(한라)의 도움을 받아 4-4 동점골을 터뜨렸다.

연장에 들어간 두 팀은 득점을 하지 못해, 3명의 페널티 슛아웃(승부치기)에 들어갔다. 한국은 파란 눈의 귀화선수 브락 라던스키와 마지막 슈터로 나선 김기성의 골로 승부치기 승리를 거뒀다. 관록의 김기성은 상대 수문장 다리 사이를 노리는 영리한 플레이로 골을 만들었고, 골리 박성제(상무)는 세번째 슛을 막아내 기적을 완성했다. 양승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전무는 “2피리어드 들면서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포기하지 않고 모두 하나가 되어 혼신을 다한 결과”라고 말했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 홈페이지는 “‘언더도그’ 한국이 헝가리에 악몽 같은 패배를 안겼다. 한국의 승리는 새로운 역사”라고 평가했다.

연장 승리로 승점 2를 챙긴 대표팀은 카자흐스탄(승점 6), 이탈리아(승점 6), 헝가리(승점 4)에 이어 6개 팀 가운데 4위다. 대표팀은 남은 3경기 가운데 한 경기만 이기면 목표로 세운 그룹A에서 잔류한다. 일본과 영국은 2연패에 빠졌다. 대표팀은 17일 일본과 3차전을 치른다.

남지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