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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야생마들 “이젠 월드컵”

등록 2013-05-15 19:43수정 2013-05-15 20:58

HSBC아시아 5개국 럭비 대회에 출전 중인 한국 15인제 럭비 대표팀이 14일 인천 엘엔지(LNC)스포츠타운에서 팀연습을 하고 있다.(위) 11일 인천 와스타디움에서 필리핀을 62-19로 이긴 한국은 18일 같은 장소에서 홍콩을 상대로 2위 수성에 도전한다.(아래) 남지은 기자, 대한럭비협회 제공
HSBC아시아 5개국 럭비 대회에 출전 중인 한국 15인제 럭비 대표팀이 14일 인천 엘엔지(LNC)스포츠타운에서 팀연습을 하고 있다.(위) 11일 인천 와스타디움에서 필리핀을 62-19로 이긴 한국은 18일 같은 장소에서 홍콩을 상대로 2위 수성에 도전한다.(아래) 남지은 기자, 대한럭비협회 제공
15인제 럭비 대표팀 연습현장
아시아 5개국 대회 2위 질주
마지막 경기 앞두고 맹훈련

샌드백 넘어뜨리며 태클 연습
거친 몸싸움에 “너무 힘들다”

일반부 6개팀 저변 얇지만
선수들 승부욕은 최정상급

“자자, 조금 더 해보자.” “이렇게 뛸 테니 여기서 막아주세요.” 코치진의 주문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한번 더”를 외친다. 샌드백 6개를 세워 놓고 코치가 번호를 부르면 해당 샌드백을 빠른 속도로 넘어뜨려야 하는 ‘태클 훈련’이다. 비오듯 땀을 흘리는 선수들은 “너무 힘들다”면서도 웃음소리가 높다. 1년간 찾아온 기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소외받지만, ‘그들만의 세계’에는 팔딱팔딱한 생동감이 넘쳤다. 박기행 대표팀 감독은 “훈련이 힘들어도 웃는다. 이게 우리의 힘”이라고 했다.

14일 오전 11시 인천의 송도 엘엔지(LNG)스포츠타운 럭비훈련장. 1년 만에 만난 15인제 대표팀은 18일 경기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예정된 ‘2013 HSBC 아시아 5개국 럭비대회 톱5’ 마지막 홍콩전을 앞두고 화기애애했다. 지난달 시작한 대회에서 한국은 2승1패. 홍콩만 이기면 준우승이 확정된다. 아시아 럭비 최고의 무대인 15인제 대회는 24개국이 6개 리그(톱5, 디비전 1~5)로 나뉘어 승강제로 진행한다. 한국은 일본, 필리핀, 홍콩,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최상위인 톱5에 있다. 한국의 세계 랭킹은 26위로 홍콩(29위)보다 높다.

2위도 만만한 게 아니다. 럭비는 워낙 저변이 강한 일본이 최정상을 지키고 있고, 다른 나라들도 기반이 튼튼하다. 한국 선수들은 “우리끼리 잘하자”는 투혼만으로 뭉쳤다. 올핸 3월부터 유도선수들이 훈련하는 양구체력장에서 한달 이상 근력을 강화했다. 일본파 연권우(29·요코가와)는 “올해는 매일 체력훈련을 하고 일주일에 두번 테스트를 했다. 통과하지 않으면 될 때까지 해야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뉴질랜드에서 온 전력분석원 리 데이비드 스미스는 근육에 힘줄이 불거진 선수들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거친 몸싸움을 할 때마다 “오케이”라며 격려한다. 스미스는 “한국 선수들은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 체력적인 문제만 보완하면 더 강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럭비공을 가슴에 품고 야생마처럼 거칠게 질주할 때의 원시성은 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다. 격렬하다 보니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이날도 김민규(22·단국대)가 근육이 뭉쳐 물리치료를 받았다. 최종 엔트리가 23명으로 최소 35명이 확보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상은 금물이다. 대한럭비협회에 등록된 팀이 중·고·대학·일반 58개지만 일반부는 상무 포함 6개에 불과해 선수 구하기가 힘들다.

일본파 에이스들은 든든한 보험이다. 올해는 일본에서 뛰는 선수 11명이 대표팀에 합류해 전력이 크게 늘었다. 고등학교 3학년때 일본 고교팀 감독 눈에 띄어 일찌감치 일본에 진출한 권정혁(25·사닉스), 지난해 일본 럭비 베스트 15에 뽑힌 유영남(30·산요)은 선봉이다. 유영남은 올해 일본 선수들도 힘들다는 4년 장기계약을 했다. 국내파인 이병준과 송병호, 이정민은 마땅한 팀이 없어 협회 소속으로 대표팀에 들어왔다.

7인제가 2016 리우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되지만 15인제는 럭비 월드컵이 최고의 무대다. 대표팀은 당장 내년 아시아 톱5 대회에서 일본을 넘는 것을 단기 목표로 정했다. 장기 목표는 2015년 럭비월드컵 본선 진출, 2019년 월드컵 최고의 성적이다. 15인제 럭비에서 2002년 이후 일본을 이긴 적이 없다. 자원, 경험 등 여러 면에서 일본에 밀린다. 박기행 감독은 “일본은 유소년부터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 장기적으로 발전해왔지만 우리는 더 퇴보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은 한해 70~80경기를 하지만 한국은 15인제 대회가 4개로 많아야 15경기 남짓이다. 외국인 선수 활용 얘기도 나온다. 일본은 현재 대표팀에 외국인 선수 5명과 귀화선수 2명이 있다.

이날 대표팀의 훈련은 오후 2시가 훌쩍 넘어 끝났다. 체력훈련, 수비, 팀플레이로 이어지는 행진은 쉼이 없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홍콩전을 앞두고 그나마 간단히 몸을 푼 정도”라고 한다.

소 한마리를 잡아먹어도 배고플 선수들은 곰탕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자원이 열악하고 관심이 적어 사람들은 “비인기 종목”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한국에서만 그럴 뿐, 다른 나라에선 대중에게 가장 환영받는 게 럭비다. 이 재미있는 럭비를 모르는 이들이 손해”라고 유쾌하게 응수한다. 박기행 감독은 “안산 대회에서 많은 관중이 와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인천/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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