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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프로 선수들의 ‘합숙’ 농구·배구만의 ‘악습’

등록 2013-05-16 19:17수정 2013-05-17 08:36

한국에만 있는 시대착오 관행
야구·축구는 이미 출퇴근 정착

외국인 선수들 “노예생활 같다”
결혼한 선수 부인은 우울증도
“원하는 사람만 선택하게 해야”
“한국 선수들은 왜 노예생활을 하나요?”

외국인 선수가 합숙 문화에 대해 이렇게 물으면 구단 관계자는 난감하다. 노예생활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유롭지도 않다. 실력이 곧 몸값인 프로세계에서 자기 관리는 스스로 하는 게 기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했던 프로농구 오리온스의 혼혈 선수 전태풍은 “프로가 알아서 해야지, 구단에서 관리한다면 프로가 아니다”고 했다.

2000년대 들어 승부지상주의, 선수 폭력, 학습권 침해 등의 문제로 학원 스포츠에서 팀 합숙은 정책 차원에서 축소됐고, 올해 1월27일부터는 학교체육진흥법에 따라 학기 중 상시 합숙이 금지됐다. 프로 종목에서도 축구와 야구는 합숙이 선수의 선택으로 바뀐 지 오래다. 하지만 배구와 농구에서는 여전히 합숙이 대세다.

■ 1년에 절반 이상을 숙소에서? 프로농구 10개 구단과 배구 7개 구단에 소속된 한국 선수들은 숙소에서 살아야 한다. 비시즌 땐 출퇴근하다가도 시즌 한달여 전부터는 숙소에 들어와야 한다. 시즌이 보통 6개월이어서 1년에 절반 이상이 숙소생활이다. 결혼하지 않은 한 배구선수는 “집이 지방인 선수들은 명절과 휴가 때를 제외하고 사실상 1년 내내 숙소에서 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가정이 있는 선수도 예외 없다. 단 외국인 선수들은 구단이 정해준 집에서 따로 산다.

숙소생활은 이점이 있다. 연봉이 적은 신인들은 집세나 생활비를 아낄 수 있고, 영양을 고려한 식단을 즐길 수 있다. 프로농구 에스케이(SK)의 김선형은 “프로 숙소는 편의시설이 잘돼 있고 음식도 잘 나오는 등 환경이 좋다”고 했다. 체육관과 식당, 숙소가 한 공간에 있어 팀워크를 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니 답답한 건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 자율성 떨어지는 훈련의 한계 결혼한 운동선수에게 합숙은 심리적으로 고통을 줄 수 있다. 농구와 배구에서는 1년에 절반 이상을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견우와 직녀가 따로 없다. 시즌 중에 특별외출 형식으로 나갈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묶여 있다. 한 배구선수는 “선배의 아내가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율성이 떨어져 경기력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김병현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원 수석연구원은 “타인에 의한 강요는 동기가 떨어진다. 싫어도 집단에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 훈련이 반복되면 불만이 쌓이게 되고, 언젠가는 표출되기 마련”이라고 했다.

또 “오랫동안 시키는 대로 살며 반복훈련을 하다 보면 일반인보다 사회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농구선수는 “선배와 함께 방을 쓰다 보면 심부름도 해야 하는 등 눈치를 보게 돼 늘 긴장 상태”라고 말했다. 나갈 수가 없으니 오후 훈련 뒤 저녁 자유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도 없다. 숙소가 대부분 도심과 떨어진 곳에 있어 자기 계발을 위해 학원을 다니는 등 공부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된다.

■ 선택적 합숙의 대안 프로축구에서는 원하는 사람만 숙소에 들어오는 ‘선택적 합숙’을 하고 있다. 야구도 비슷하다. 김은실 프로야구 넥센 홍보담당자는 “집이 지방인 선수들 중 서건창 등은 스스로 원해 구단에서 마련해준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다. 배구나 농구 쪽에서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한 배구 구단 관계자는 “합숙의 장점도 있으니, 현실적으로는 원하는 사람만 숙소에서 살게 하는 게 대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익숙해진 관행은 잘 바뀌지 않는다. 특히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통제하기를 좋아한다. 한 농구 관계자는 “제때 집합시키려면 한곳에 모아놓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우리 때는 맞으면서 운동했다.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선수 통제력이 강한 감독이 성적을 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선수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한 배구선수는 “어렵게 프로가 된 선수들이 스스로를 떨어뜨리는 일을 왜 하겠냐”고 되물었다. 선수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한 배구 구단 코치는 “정해진 시간에 와서 훈련하고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면 된다. 지키지 않을 경우는 프로의 자존심인 연봉을 깎거나 조처를 취하면 된다. 그게 프로다”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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