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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밀당의 귀재”
“성민이 성실함에 반해”

등록 2013-05-28 19:50수정 2013-05-28 21:09

프로농구 케이티(KT)의 전창진 감독이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 옥상정원 의자에 앉아 조성민의 바지 끝을 매만져주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프로농구 케이티(KT)의 전창진 감독이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 옥상정원 의자에 앉아 조성민의 바지 끝을 매만져주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감독·선수 프로농구 KT 전창진 감독과 조성민 선수
자, 이제 솔직해져 보라니 “진짠데…”라며 말끝을 흐린다. 그게 전부인데 자꾸 캐묻는 엄마 앞에 선 아이 같은 표정이다. 프로농구 케이티(KT)의 조성민(30). 올 시즌 자유계약선수(FA) 대상자 중에서 ‘대어’로 꼽힌 그가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원구단과 재계약했다. 계약기간 5년에 인센티브 포함 연봉 4억7000만원. 눈독 들인 구단이 많았던 것에 견주면 적은 금액도 금액이지만, 이유가 더 예상외다. “감독님 때문에 남았다는 것, 진짜예요!”

전 감독이 본 조성민
“발도 느리고 수비도 안되고
그런데 너무 성실한 거예요
뭔가 지적하면 밤새 고쳐 오고…
다른팀 마다하고 남아줘 고맙다”

돈으로 움직이는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가슴으로 뭉친 두 사람의 ‘뜨거운 관계’가 화제다. “아무리 프로가 돈이라지만, 돈보단 의리이고 싶다”는 전창진(50) 감독과 조성민이 23일 서울 마포의 한겨레 사옥에서 만났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맙다”는 얘기가 한참을 오간다. 조성민은 애초에 다른 구단은 생각에도 없었다고 한다. 원구단 계약이 시작되자마자 구단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먼저 표명했다. “오히려 구단에서 힘들겠다고 할까 봐 걱정했다”는 이 ‘착한 선수’를 대견하게 쳐다보던 전 감독은 “여느 선수들처럼 타 구단과 접촉해 저울질하지 않고 케이티만 생각한 게 고맙다”고 했다. “맘 같아선 6억원 이상 챙겨주고 싶다”는 목소리에 미안함도 묻어난다.

둘은 조성민이 2006년 입단한 케이티(당시 케이티에프)에 2009년 전 감독이 부임해 오면서 처음 만났다. 첫인상은 “무서움”(조)과 “성실함”(전)으로 극과 극이지만 첫만남에서 ‘전기’가 통했다. “성민이 너무 성실해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성민의 연봉이 6000만원이었는데, 다 부족했어요. 발도 느리고, 슛도 안 들어가고. 근데 너무 성실한 거예요. 뭘 하나 지적하면 밤새 연습해서라도 다 고쳐서 오고. 그러니 안 예뻐할 수가 있겠어요.” 천하의 호랑이 감독이 예뻐한다고 선수의 머리를 쓰다듬었겠는가. “기대하는 만큼 더 혼냈죠. 미친 듯이 혼냈어요. 작년에는 우리가 치고 올라가던 시기에 5일간 경기가 없었는데, 성민이 훈련을 너무 많이 해 경기 전날 종아리 근육에 무리가 왔어요. 아픈데도 참은 거죠. 책임감이 없다고 엄청 혼냈죠.” 조성민은 “정신 못 차릴 정도로 혼이 났다”면서도 그 마음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성적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아프다는 말을 안 했는데, 결국 팀 전체에 영향을 준 거잖아요. 또 아프면서도 꾹 참은 미련함이 속상한 마음에 화를 내신 걸 아니까 괜찮아요.”

조성민이 본 전 감독
“가끔 방으로 불러 소주 한잔
이런저런 이야기 해주시는데
들으면 울컥해지며 기운 솟아…
감독님 때문에 남았죠, 진짜로”

‘나만 미워하느냐’ 반발심은커녕, 신뢰만 두터워진다.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하니 정말 성장했기 때문”이다. 호랑이 얼굴 뒤에 감춰진 인자함도 이젠 안다. “호되게 혼내신 뒤에는 제 아내에게 ‘많이 혼냈으니 잘 보듬어주라’는 문자를 보내세요. 대놓고 다독이시는 것보다 모르게 신경써주시니 더 감동받죠. 가끔 방으로 불러 소주 한잔하며 이런저런 얘기도 해주시는데 듣고 나면 울컥해요. 특별한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책임감이 느껴지고 기운이 막 솟아요. 밀당의 귀재세요.”(조) “날 완전히 파악했네. 얘는 이젠 절 안 무서워해요. 성민이 실수하고 벤치로 들어오면 제가 막 혼내잖아요. 그럼 절 그냥 끌어안아요.”(전) ‘전창진 잡는 조성민’이란 우스갯소리가 달리 나온 말이 아니다.

코트 밖에선 ‘아빠와 아들’ 이상이다. 사고로 부모를 잃은 조성민에게 전 감독은 보호자다. 행여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까 늘 걱정한다. “성민이 아내도 결혼 전에 미리 만나봤어요. 운동선수들이 여자를 잘못 만나 망가지는 경우가 많아요. 고맙게도 성민의 아내는 너무 현명해요.” 전 감독이 반대했다면 헤어졌겠냐고 물으니 조성민의 대답이 재미있다. “단번에 헤어질 순 없으니 서서히 정리하는 방향으로.(웃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이 정도였나. 두 사람이 올 시즌 서로에게 바라는 것도 다른 게 없다. “감독님이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우니 좀 줄이고 잠도 푹 주무셨으면 좋겠어요.”(조) “개인적인 기대감에 다른 선수들보다 널 너무 많이 혼냈는데, 이젠 자제하고 칭찬도 많이 해줄게.”(전)

에프에이를 계기로 더 끈끈해진 두 사람은 다음 시즌에 반등을 노린다. 지난 시즌 9위에 그친 조성민은 “케이티에 와서 못 해본 통합우승을 노려보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전 감독은 “성민을 중심으로 제대로 해보겠다”며 조성민의 바지 끝에 묻은 먼지를 털어줬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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