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의 이승준과 김민구가 11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2013 남자농구 아시아선수권대회 3, 4위전에서 대만을 꺽고 3위가 확정되는 순간 몸을 부딪치며 기뻐하고 있다. 마닐라/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대회서 대만 대파 3위
내년 세계대회 티켓…통산 7번째
노련미·체력 신구조화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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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미·체력 신구조화 강점
결승 진출이 좌절되자 “아직 기회는 있다”며 울먹였던 이승준은 “너무 기쁘다”며 웃었다. 조별리그에서 부진하다 8강전부터 되살아난 조성민은 껑충껑충 뛰었고, 이번 대회로 주가가 치솟은 경희대 3학년 김민구는 엉덩이를 부딪는 세리머니로 기뻐했다. 20점 차로 이길 때도 표정이 굳었던 유재학 감독은 경기가 끝나서야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16년 만의 농구월드컵(국제농구연맹 세계대회) 진출. 한국 농구 남자대표팀이 드디어 꿈을 이뤘다. 유재학 감독의 한국대표팀은 1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대회 3~4위전에서 대만을 75-57로 이기고 3위까지 주어지는 스페인 농구월드컵(2014년 8월30일) 진출권을 따냈다. 통산 7번째이며 1998년 이후 처음.
한국은 1쿼터 시작과 동시에 2점슛을 시작으로 내내 경기를 주도했다. 2쿼터를 21점 차인 50-29로 끝내는 등 한번도 뒤진 적이 없었다. 조성민(11득점, 4튄공잡기) 김민구(21득점, 4튄공) 등의 외곽포가 중요한 순간마다 터지면서 훨훨 날았다. 한국은 전반에만 17개의 튄공잡기를 기록하는 등 대만(11개)보다 다방면에서 우위를 지켰다. 박수교 <에스비에스 이에스피엔>(SBS ESPN) 해설위원은 “대만을 상대로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야투 성공률 50%에 육박했던 대만을 30%대에 묶는 등 압박 수비도 좋았다”고 했다. 유 감독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불안감에 힘들었는데, 스페인에 가고자 하는 선수들의 열망이 앞섰다. 정신력의 승리”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국제무대의 장신을 상대로 정공법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수비전, 체력전을 선택했다. 대표선수 12명 중 5명을 대학생들로 구성했다. 선배들의 노련함에 후배들의 체력과 센스가 더해진 신구의 조화가 이뤄졌다. 대학생 이종현, 김종규는 김주성, 이승준과 수시로 교체되며 골밑을 지켰고, 김민구는 양동근, 김선형 등 선배 가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번 대회 9경기 총 114점으로 팀 내 가장 많은 점수를 올린 김민구는 “세계 무대에 나설 수 있어 영광”이라며 기뻐했고, 유 감독은 “김민구가 사라진 한국 농구 슈터의 계보를 이어주길” 기대했다. 이번 대회의 성과로 “한국에 다시 농구 붐이 일어난 게 뿌듯하다”는 대표팀은 12일 오후 5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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