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머리 잘랐네. 예뻐졌어. 남자 친구 생긴 거 아냐?” “아닙네다.(웃음)” ‘남녀북녀’의 대화에 웃음꽃이 핀다.
2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끝난 2013 국제유도연맹 세계대회에서 남쪽과 북쪽 여자 선수들은 잘 어울렸다. 탁구 영화 <코리아>의 초반 전개처럼 신경전을 벌이지도 않았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축하와 위로도 해줬다. 여느 종목과 달리 남북 여자유도 친분이 두텁다. 1990년대부터 우정을 쌓았다. 대표팀 관계자는 “매년 2~3월 집중적으로 열리는 3~4개의 유럽대회에 출전하면서 친해진다”고 했다. 올해는 2월9~10일 프랑스와 2월16~17일 오스트리아, 2월23~24일 독일 대회에 남북 모두 참가했다.
도복을 입은 선수들은 서로의 장점을 배우는 동료다. 지난달 31일(한국시각) 78㎏급 금메달을 딴 북한의 설경은 지난해 폴란드 바르샤바 월드컵에서도 업어치기로 금메달을 땄다. 당시 설경은 한국 대표팀 관계자에게 “베이징올림픽 때 최민호 선수(현 남자 대표팀 코치)가 하는 걸 보고 연습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정복 여자 대표팀 감독은 “북한 유도는 공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도복을 벗으면 또래 친구다. 호기심 많은 선수들은 서로 궁금한 것도 많고 말도 많다. 한 여자 유도 선수는 “처음엔 다가가기 어색했는데 이젠 편하다”고 했다. “텔레비전에서 해주지 않으면 집에서 경기 어떻게 보느냐”, “해외로 전지훈련도 다니느냐” 등 서로를 알아가며 마음을 연다.
맞대결만 펼치지 않으면 한마음이다. 서로의 경기를 지켜보고, 응원과 위로도 한다. 26일 북한의 여자 48㎏급 김솔미가 떨어지자 우리 선수들은 경기 내용을 이야기하며 함께 안타까워했다. 31일 북한 설경의 금메달도 함께 축하해줬다. 북한 여자팀 감독은 같은 날 한국이 동메달을 따자 함께 금메달을 땄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위로했다.
리우데자네이루/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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