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핵심종목 제외라는 날벼락을 맞았던 레슬링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무릎을 꿇은’ 지 7개월 만에 정식종목 지위를 되찾았다. 3세트 2선승제에서 3분 2회전 총점제로 경기 방식을 바꾸는 등 공격적인 리모델링이 아이오시 위원들의 마음을 붙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이오시는 9일(한국시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25차 총회를 열고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의 마지막 정식종목으로 레슬링을 선정했다. 레슬링은 총유효표 95표 중 절반 이상인 49표를 얻었다. 정식종목 재진입을 위해 손잡았던 야구(남자부)·소프트볼(여자부)은 24표, 스쿼시는 22표를 얻어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다. 올해 2월 아이오시 집행위원회에서 발표한 25개 핵심종목에서 탈락했던 레슬링은 이날 결정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에 남게 됐으며, 이로써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기존 25개 핵심종목에 레슬링, 럭비, 골프가 포함된 28개 정식종목이 치러진다.
지난 2월 올림픽 핵심종목에서 퇴출당한 뒤 혁신에 가까운 변화를 시도한 점이 이날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레슬링은 여성 종목 강화, 체급 조정 등 아이오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여성 자유형 체급을 4개에서 6개로 늘렸다. 반면 남자 자유형·그레코로만형 체급을 1개씩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수비지향적인 경기를 부추겼다는 평가를 받았던 세트제 방식도 ‘총점제’로 바꿨다. 3세트 중 2세트만 이기면 되는 기존 세트제에선 점수를 먼저 딴 선수가 수비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전후반 3분씩 6분 동안 더 많은 점수를 따낸 선수가 승리하는 새 방식이 도입된 뒤 열린 지난 6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남자 그레코로만형 한 경기 평균 점수가 6.8이었다. 4월 기존 규칙으로 열렸던 대회의 평균 2.2점보다 3배 이상 높은 점수였다.
개최국 일본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등 강국들이 레슬링의 회생에 힘을 보탰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네나드 랄로비치 국제레슬링연맹(FILA) 회장은 “지난 6개월 동안의 개혁 작업을 앞으로도 더욱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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