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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들고 당당하게 고향 갑니다”

등록 2013-09-17 18:45수정 2013-09-17 20:28

왼쪽부터 유도 여자 국가대표 김성연(70㎏ 이하급·용인대), 이정은(78㎏ 이상급·안산시청)
왼쪽부터 유도 여자 국가대표 김성연(70㎏ 이하급·용인대), 이정은(78㎏ 이상급·안산시청)
유도대표 김성연·이정은의 추석

2인자 설움 딛고 세계대회 ‘동’
“희망 잃지 않으니 좋은 날 왔죠”
고향을 가도 가는 게 아니었다. 마음 한켠이 늘 무거웠다. 태릉선수촌에 들어올 때만 해도 금방 성공할 줄 알았다. 국내외 대회에서 금메달도 쑥쑥 땄다. 그런데 올림픽 등 메이저 대회는 출전조차 못 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늘 2위에 그쳐 참가 선수의 훈련 파트너만 해왔다. ‘난 왜 안되나’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부모님 볼 면목이 없었다. 그랬던 그들이 이번 추석엔 금의환향한다. 2주 전 끝난 2013 국제유도연맹 세계대회에 처음 출전해 동메달을 따낸 것. “명절이 이렇게 기다려진 적이 없었다”며 웃는 얼굴이 해맑다. “추석 선물로 부모님 목에 메달을 걸어드리게 돼 무척 좋아요. 금메달이면 더 좋았겠지만, 동메달도 정말 잘했다고 기뻐하세요.”

유도 여자 국가대표 이정은(78㎏ 이상급·안산시청)과 김성연(70㎏ 이하급·용인대)의 활약은 2인자들의 ‘한 방’이란 점에서 값지다. 되는 일 없어 고향 가는 발걸음조차 무거운 젊은이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희망을 준다. 이정은은 대학교 2학년 때 대표팀에 들어와 7~8년 만에 와일드카드로 출전 기회를 얻었고, 김성연은 늘 같은 체급 황예슬에게 밀렸다가 올해 처음 1위로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명절을 앞두고 둘은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다 보면 정말 좋은 날이 오더라”고 또래들을 응원했다.

이정은은 체급에 견줘 날렵하고 유연하며 기술 연결이 좋다. 업어치기가 장점인 김성연은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남자 선수처럼 박진감이 넘친다. 둘 다 이번 대회를 통해 여자 유도의 대표로 떠올랐다. 오늘이 오기까지 둘도 이 시대 젊은이들처럼 풍파를 겪었다. 이정은은 “살을 빼려고” 중2 때 유도를 시작했다. 타고난 힘과 유연성으로 그해 도대회 1위 등 승승장구했지만, 고교 때 부상으로 수술을 한 후 부진했다. “한동안 찾는 대학도 없었고, 선수촌에 들어와서도 동료들은 큰 대회에 나가는데 나는 못 나가니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유도를 시작한 김성연도 고교 때 팔꿈치 수술을 받고 대학교 2학년 때 체급을 올리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런던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를 하면서 나도 대우받으며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지금이 아니면 못 한다는 생각으로 오늘을 버텼다”고 한다. 긍정적인 성격과 승부욕도 밑거름이다. 평소엔 장난 잘 치고 잘 웃는 영락없는 20대이지만 매트에 올라가면 얼굴빛이 바뀐다. 김성연은 “밤길을 혼자 걷는 것도 무서워할 정도로 겁이 많은데, 유도장에 들어서면 이기고 싶은 생각만 든다”고 했다. 이정은은 “지금 유도를 그만두면 나중에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후회할 것 같았다. 후회 없이 해보자고 마음을 편하게 먹은 게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의지할 수 있는 서로의 존재도 큰 힘이 됐다. 둘은 김성연이 고3 때, 이정은이 대학교 3, 4학년 때 선수촌에서 처음 만났다. 이정은은 “성연이가 로프를 못 타서 울던 게 생생하다”며 동생의 성장을 대견하게 바라본다. 김성연은 “언니가 가장 무서웠는데(웃음), 이젠 힘들 때마다 의지하는 존재”라며 이정은의 어깨에 기댄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세월만큼 누구보다 서로를 더 잘 안다. 이정은은 “성연이는 근력을 좀더 키워야 한다”고, 김성연은 “언니는 자신보다 덩치 큰 선수를 만나면 위축되는데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국가대표가 된 뒤 가장 즐겁게 맞는 추석이지만 둘의 머릿속은 사실 내년 아시안게임 준비로 가득하다. 김성연은 “이젠 2등, 1등 욕심도 생긴다”고 했고, 이정은도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다. 22일까지 장기 휴가를 받은 둘은 17일께 고향인 전남 순천(김성연)과 강원 원주(이정은)로 내려갔다. “금메달 따면 고향에 플래카드가 걸리지 않겠냐”며 그날을 위해 달리자고 파이팅하는 둘의 입이 귀에 걸린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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