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즈오카 전지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삼성화재 선수들.
정적 속에 긴장감이 팽팽하다. 바닥을 긁는 선수들의 발소리와 숨소리, 공과 손바닥이 부딪히는 마찰음이 이어진다. “왜 좀더 자신있게 때리지 못해.” 감독의 날카로운 한 마디는 선수들의 긴장을 더 부추긴다.
삼성화재의 일본 시즈오카 전지훈련장에서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6연패 팀의 여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력만 놓고 보면 꼴찌를 해도 무리가 아니다”는 신치용(58) 감독의 말은 엄살처럼, 혹독한 훈련의 변명처럼 들리기도 했다.
17일 시즈오카현 미시마시 도레이 애로우즈 체육관에서 만난 신 감독은 “(우승이) 어렵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올해도 마찬가지다. 우리 팀 강점이었던 수비도 많이 약해졌다. 상대팀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의 우려대로 경쟁 팀들은 ‘타도 삼성화재’를 실현할 준비를 마쳤다. 삼성화재의 오랜 맞수 현대캐피탈은 김호철(58) 감독을 2년 만에 다시 사령탑에 앉혔다. 자유계약선수(FA)였던 삼성화재 출신 리베로 여오현, 외국인 거포 리버맨 아가메즈를 영입했다. ‘우승에 올인했다’는 게 배구인들의 평가다. 지난 시즌까지 3년을 내리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에 패한 대한항공도 쿠바 출신 새 외국인 선수 마이클 산체스를 데리고 왔다. 신 감독의 제자였던 김세진·석진욱은 각각 신생팀 러시앤캐시 감독과 코치로 스승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2013~2014 V리그는 내달 2일 개막한다.
시즌 개막을 2주 앞둔 신치용 감독의 고민도 ‘삼성화재 수비의 두 기둥이었던 여오현·석진욱의 공백을 현재 전력으로 얼마나 메울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올 시즌 자유계약선수로 팀에 합류한 리베로 이강주와, 석진욱의 역할을 이어받은 고준용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신 감독은 “결국 어려울 땐 기본기로 돌아가야 한다. 석진욱과 여오현이 수비로만 세트당 평균 2점씩은 해줬다. 고준용, 이강주가 수비의 리더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훈련장에서 터지는 신 감독의 ‘쓴소리’ 대부분도 기본을 강조하는 지적들이었다. 선수들의 잘못된 습관이 발견될 땐 여지 없었다. 국가대표 리베로 이강주도, 팀내 최고 연봉자(3억3000만원)이자 사위인 박철우도 예외가 되지 못했다.
현지에서 벌인 일본 V리그 도레이 애로우즈와의 네 차례 평가전은 삼성화재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외국인 선수 레오의 스파이크와 현대캐피탈에서 이적한 센터 이선규의 블로킹은 위력적이지만, 리시브가 불안할 땐 무용지물이었다. 임도헌 코치는 “우리 리시브가 불안하면 상대는 계속 그쪽을 공략했다. 시즌에서 맞붙게 될 상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6년째 우승컵을 들어올린 탓에 신인 트래프트를 통한 전력보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상대팀들의 견제로 선수 영입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6년 동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는 사실이 삼성화재의 가장 큰 강점이자 자산이다. 코트 위 6명의 선수들이 6명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묘한 팀컬러는 상대팀들이 여전히 삼성화재를 우승 1순위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 감독은 “어떻게 하면 우승을 할 수 있는지 선수들이 안다. 그래서 혹독한 훈련도 견디고 있다. 개막까지 남은 기간 동안 선수들에게 그런 자신감을 심어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달 말엔 삼성화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신진식 홍익대 감독이 6년 만에 코치로 돌아온다. 신 코치의 복귀는 ‘선수 신진식’ 못지 않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미시마(일본)/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사진 삼성화재 제공
일본 시즈오카 전지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삼성화재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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