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삼성에 85-84 극적 역전
형 이승준 웃고 동생 동준 눈물
형 이승준 웃고 동생 동준 눈물
“전생에 부부가 아니었을까.” 형제 농구 선수 이승준(동부)과 이동준(삼성)을 아는 이들은 말한다. 형제애가 유별나기 때문이다. 경기가 없는 날은 상대의 경기장을 직접 찾아 응원하고, 쉴 때도 함께 쉬고 놀 때도 함께 논다. 생김새는 물론 옆머리를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도 비슷하다. 이승준조차 “형제라서 그런가, 상의하지 않아도 뭐든 비슷한 선택을 한다”고 말한다. 포지션도 포워드로 같다.
그러나 죽고 못 사는 이들도 코트에서는 운명이 갈렸다. 22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케이비(KB) 국민카드 프로농구 동부와 삼성의 경기에서 형 이승준은 웃고 동생 이동준은 울었다. 동부가 삼성을 85-84로 꺾고 단독 2위(4승1패)에 올라섰고, 삼성은 4연패의 늪에 빠지며 9위(1승5패)로 내려앉았다.
막판 2초를 남기고 둘의 처지가 뒤바뀌었다. 흐름대로라면 웃어야 하는 건 이동준이었다. 이동준의 2점슛을 시작으로 1쿼터를 29-15로 크게 앞선 삼성은 종료 10초 전까지도 승리를 확신했다. 2쿼터 한때 41-21, 20점 차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는 동부의 저력은 대단했다. 4쿼터 9점 차에서 김주성과 이광재의 3점슛으로 81-84까지 쫓아가더니, 종료 29.2초 전 이승준의 자유투로 83-84, 1점 차까지 추격했다. 동부는 운도 따랐다. 종료 29초를 남기고 마지막 공격을 시도하던 삼성 김승현이 공을 흘리는 실책으로 종료 10초 전 동부에 공격권을 내줬다. 동부는 박지현의 절묘한 패스로 골밑에 있던 김주성이 레이업슛을 성공하며 종료 2초를 남기고 역전했다. 이날 27득점 6도움주기로 맹활약한 김주성은 “우리 팀이 신장에서 유리해 꾸준히 골밑 공격으로 따라붙은 것이 역전의 발판이 됐다”고 기뻐했다.
이승준은 13득점과 4쿼터 막판 자유투 성공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팀은 졌지만, 동생 이동준은 형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21득점, 6튄공잡기 3도움주기. 형제는 경기 뒤 뜨겁게 포옹하며 서로의 분전을 축하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