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12경기만에 첫 홈런
포스트시즌 부진 말끔히 씻어내
선발 노경은도 ‘KS 첫승’ 감격
손시헌은 솔로포 등 맹타 MVP
포스트시즌 부진 말끔히 씻어내
선발 노경은도 ‘KS 첫승’ 감격
손시헌은 솔로포 등 맹타 MVP
침묵하던 김현수(25)가 깨어났다.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거친 두산의 상승세는 김현수의 부활로 날개를 달았다. 3주 동안 힘을 축적한 정규리그 1위 삼성도 두산의 기세를 꺾진 못했다.
‘확률 0%’(정규리그 4위팀의 우승 확률)에 도전하는 두산이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1차전에서 12안타를 몰아치며 삼성을 7-2로 꺾었다. 두산의 3번 타자 김현수는 자신의 한국시리즈 12경기 만에 첫 홈런을 터뜨렸고, 베테랑 유격수 손시헌은 9번 타자로 나와 3안타 1홈런 2타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역대 30번의 한국시리즈 중 첫승을 거둔 팀이 24번 우승했다. 확률은 80%. 2차전은 25일 같은 장소에서 삼성 밴덴헐크와 두산 니퍼트의 선발 맞대결로 열린다.
■ “민폐 끼치는 게 제일 힘들어” 경기 전 김현수는 “플레이오프 3경기보다 한국시리즈 1경기가 더 힘들더라”며 2008년을 회고했다. 그해 김현수는 플레이오프 6경기에서 24타수 8안타(타율 0.333)로 선전했지만 에스케이와의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 21타수 1안타(타율 0.048)로 부진했다. 올해는 2주 전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5타수 1안타, 이어 엘지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0타수 2안타에 그쳤다. 플레이오프 4차전엔 아예 선발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팀이 이기고 와도 힘들었다”며 그간 고충을 토로했다.
이날 김현수의 홈런은 2점차로 앞서던 5회초에 터진 것이라 더 값졌다. 두산은 2회초 8번 최재훈부터 시작된 연속 3안타로 3-1 역전을 시킨 뒤엔 상대 선발 윤성환의 바뀐 투구 패턴에 적응하지 못하던 중이었다. 김현수가 때린 공도 1스트라이크 뒤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 던진 114㎞ 커브였다. 2회 3실점 한 뒤 안정을 찾아가던 윤성환은 김현수에게 홈런을 맞은 뒤 연속 3안타와 폭투 등으로 2점을 더 내주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 두산 8번-9번의 힘 김진욱 감독이 꺼내든 유격수 손시헌 카드는 이유가 있었다. 9번 타자 손시헌은 올 시즌 삼성전 12경기에 나와 38타수 12안타(타율 0.316)로 맹활약했다. ‘끝판왕’ 오승환에게 홈런을 때려낸 유일한 두산 타자이기도 하다. 2회초 2사 1·3루에서 중전 안타로 팀의 두번째 타점을 올린 손시헌은 6-1로 앞선 6회엔 삼성의 세번째 투수 신용운의 초구를 두들겨 왼쪽 담장을 살짝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플레이오프 신데렐라인 포수 최재훈도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2회초 팀의 첫 타점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1볼넷으로 타격도 눈부셨지만 선발 노경은과 세번째 투수 정재훈의 주무기인 포크볼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안방마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 두산 노경은 KS 첫승 두산 선발 노경은은 불안한 제구력 탓에 3회까지 투구수가 70개에 달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주무기인 포크볼로 삼진 7개를 잡아내며 삼성의 타선을 잠재웠다. 1회말 박석민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7회 1아웃까지 111개 공을 던지고 4안타 2볼넷만을 내주며 생애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삼성은 ‘테이블 세터’ 배영섭-박한이와 최형우가 무안타에 그친 게 뼈아팠다. 7회말 1사 1·2루에선 김태완의 병살타가 나왔고, 8회말 2사 만루에서 4번 타자 최형우가 1루수 앞 땅볼로 물러나며 추격의 기회를 놓쳤다.
대구/박현철 허승 기자 fk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