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재일 13회 결승홈런
철벽 마무리 오승환 무너뜨려
PS 최장 5시간32분 혈투 끝내
적지서 2승…내일부터 잠실 3연전
철벽 마무리 오승환 무너뜨려
PS 최장 5시간32분 혈투 끝내
적지서 2승…내일부터 잠실 3연전
끝판왕이 무너졌다.
두산이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4선승제) 2차전에서 연장 13회초 터진 오재일의 솔로포에 힘입어 삼성을 5-1로 누르고 적지에서 2연승을 거뒀다. 두산의 이날 1승은 삼성 불펜의 핵 오승환을 무너뜨린 승리여서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을 모두 이긴 팀은 16번 중 15번(93.7%)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선승 뒤 우승에 실패한 유일한 팀이 두산이기도 하다. 이날 경기는 역대 포스트시즌 최장인 5시간32분 동안 이뤄졌다. 3차전은 27일 오후 2시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 ‘끝판왕’을 넘어선 두산 경기 전 “안지만·오승환 나올 때까지만 버텨주면 된다”던 류중일 감독은 1-1로 맞선 9회초 1사 1루에선 마무리 오승환을 투입하는 강수를 던졌다. 오승환은 9회 2사 뒤 두산 2번 타자 임재철부터 11회초 7번 오재원까지 6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13회 1아웃까지 4이닝 동안 삼진 8개를 뽑아내는 초인적인 투구를 했다.
안방에서 2연패를 할 수 없다는 삼성의 절박한 처지는 올 시즌 개인 최다 투구수(39)를 훌쩍 넘긴 오승환을 계속 마운드에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13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선두 타자 김현수를 9구째 만에 2루수 땅볼로 잡아낸 뒤 다음 타자 오재일에게 한가운데 높은 실투를 던졌다. 53구째였다. 151㎞에 이르는 빠른 공이었지만 187㎝·95㎏ 거구인 오재일의 방망이는 오승환의 공을 이겨냈다. 오른쪽 담장 위 스탠드에 꽂힌 120m 홈런포로 오승환은 마운드를 내려갔고, 두산은 바뀐 투수 심창민을 두들겨 3점을 더 뽑아냈다.
■ ‘필승조’ 못지않은 두산 불펜 핸킨스-윤명준-정재훈으로 이어 던진 두산의 불펜은 삼성의 ‘필승조’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8회말 등판한 세번째 투수 홍상삼만이 위기를 자초하면서 1실점했을 뿐 이후 등판한 3명의 투수는 고비 때마다 성급한 삼성 타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범타를 끌어냈다.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에서 이름값을 못했던 정재훈은 11회말 1사 1·3루 위기에서 나와 1⅔이닝 동안 삼진 3개를 뽑아내는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삼성은 연장 10회말 1사 만루에서 이승엽이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고, 11회말에는 1사 1·3루에서 정형식이 삼진을 당하는 등 기회마다 타자들이 성급한 모습을 보이며 2연패를 당했다.
■ 두 선발의 무실점 괴력 투구 두 외국인 선발투수는 위력적이었다. 두산 니퍼트는 포스트시즌 들어 가장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삼성 킬러’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140㎞ 후반대 빠른 공과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어 던지며 삼성의 좌타자들을 공략했다. 4번 타자 최형우에게 2개의 안타를 맞은 것을 제외하면 정형식, 채태인, 이승엽을 무안타로 막았다. 2회 1사 이후부터 11명의 타자를 연속 범타로 돌려세우는 등 6이닝 동안 100개의 투구수를 채웠고 3안타 3볼넷 삼진 4개를 기록했다. 삼성 밴델헐크도 150㎞ 초반의 빠른 공으로 달아오른 두산 타선을 힘에서 압도했다. 5⅔이닝을 4안타로 틀어막았고 삼진도 5개나 뽑아냈다.
■ 김진욱 두산 감독 선수들에게 고맙다. 어려운 경기였는데 니퍼트가 잘 던졌다. 야수들 다 지쳤는데도 수비에서 잘 막아주면서 드라마 같은 두산 야구를 보여준 것 같다. 넥센과의 치열한 준플레이오프 거치면서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거 많이 느낀다. 오늘처럼 어려운 경기 이겼으니 우리 선수들 받는 힘 훨씬 클 거다.
■ 류중일 삼성 감독 안방에서 연패했는데 잠실 가서 대반전해 보도록 노력하겠다. 12회 마치고 오승환이 이미 공 42개를 던졌는데 물어보니 본인이 괜찮다고 했다. 너무 이기고 싶어서 그때 감독으로서 판단이 흐려졌다. 공격에서도 10회, 11회 쉽게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야구가 마음대로 안 된다는 거 새삼 느꼈다.
대구/박현철 허승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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