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현대캐피탈 리버맨 아가메즈(28)가 개막전에서 화려한 고공강타로 한국 무대 첫선을 보였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 레오 마르티네즈(23·삼성화재)의 위력도 여전했다. 2~3일 이틀 동안 열린 개막전만 놓고 보자면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맞수 구도가 올 시즌 프로배구에서 오랜만에 재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가메즈는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의 개막전에서 혼자 24점을 뽑아내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라이트 공격수로 선발 출장한 아가메즈는 207㎝·96㎏의 거구에서 뿜어나오는 스파이크로 우리카드의 가로막기(블로킹) 벽을 뚫었다. 공격 성공률은 53.85%, 점유율은 54.17%였다.
2m가 넘는 큰 키에도 순발력이 뛰어나 스파이크 타점까지 뛰어오르는 시간이 짧았고 우리카드 선수들의 가로막기 시점은 번번이 아가메즈보다 늦었다. 39번의 공격을 시도했고 상대 방벽에 차단된 경우는 2번뿐이었다. 오픈 공격 성공률은 40%였지만 후위 공격 성공률이 65%나 됐다.
아가메즈는 “중요한 순간 실수를 한 게 아쉬움으로 남지만 첫 경기치고는 괜찮았다. 세터들과 좀더 손발을 맞춰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연습할 때 걱정한 것보다는 잘했다. 세계적인 선수로 손색이 없다. 다른 팀들이 아가메즈의 루트를 연구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개막전에서 시구를 한 이동국(왼쪽)과 서재응이 축하 박수를 치고 있다. 천안/뉴스1
반면 6년 만에 한국에 복귀한 숀 루니(31·우리카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3득점에 공격 성공률 44.38%에 불과했다. 강만수 우리카드 감독은 루니의 공격이 만족스럽지 못하자 김정환·최홍석 등 다양한 공격 루트를 시도했으나 달아날 때 달아나지 못하고 실책을 3세트 동안 10개나 하면서 첫 패배를 당했다.
국내 무대 2년차인 레오는 2일 열린 대한항공과의 개막전에서 혼자 45점을 코트에 내리꽂으며 팀의 3-2 승리에 앞장섰다. 공격 성공률도 63.08%로 뛰어났다. 지난 시즌 우승팀 삼성화재는 리시브 성공률이 48%에 그쳐 수비가 불안했지만 결정적일 때마다 터진 레오의 스파이크 덕분에 힘겨운 첫승을 거둘 수 있었다. 김호철 감독은 “레오는 좋은 공과 나쁜 공을 가리지 않고 점수를 뽑아낼 수 있는 선수다. 다른 외국인 선수와의 차이”라고 평가했다.
최장신 외국인 선수인 엘아이지(LIG) 토머스 에드가는 3일 한국전력과의 안방경기에서 37점을 쏟아부었지만 팀의 2-3 패배로 빛이 바랬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국전력에 입단한 국가대표 레프트 공격수 전광인은 가로막기와 서브 에이스를 포함해 팀 내 최다인 24점을 뽑아내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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