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북초등학교 유도부 선수들이 지난달 29일 국가대표 김재범을 넘어뜨리려 하고 있다.
사북초 유도부, 태릉선수촌 방문
선수 부족해 존폐위기 놓였던 팀
올 소년체전 성적 좋아 지원 늘어
선수 부족해 존폐위기 놓였던 팀
올 소년체전 성적 좋아 지원 늘어
“와, 진짜 힘세다.” “삼촌~ 올림픽 금메달도 땄어요?” 지난달 29일 서울 태릉선수촌 유도장이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11월12일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땀 흘리던 선수들은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질문 공세에 모처럼 웃는다.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조준호는 “나도 잘하고 싶어서 눈을 반짝이던 때가 있었는데, 아이들을 보니 그때 생각이 난다”며 추억의 페이지를 들췄다.
강원도 정선의 사북초등학교 유도부 15명은 꿈만 같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대표선수들의 도복을 손으로 잡아보고, 함께 훈련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폐광지역인 강원도 정선·영월·태백·삼척 지역 초등학교 중에서 유일하게 유도부의 명맥을 이어가는 꿈나무들은 교실 한 칸에 매트를 깔고 자기들끼리 뒹굴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면서 인근 지역 초등학교 유도부는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2006년 창단한 사북초교 유도부도 지난해 존폐 위기에 놓였었다. 안홍규 사북초 담당 교사는 “지난해 초 15명 중 11명이 졸업하고 2명이 전학가면서 한때 선수가 2명뿐이었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4학년 이재인과 5학년 김서인이 4월 강원도 소년체전에서 각각 초등부 남자 2위, 여자 1위를 차지하면서 유도부를 살리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강원도 교육청에서 코치를 파견했고, 취미반처럼 들락거리던 아이들을 유도부원으로 만들었다. 배수인 코치는 “이전에는 코치도 없이 취미반처럼 운영됐다. 8~9개월간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인원수를 지금의 25명으로 늘렸다”고 했다. 체육 시간마다 눈에 불을 켜고 운동신경 좋은 아이를 찾아 나섰다. 배 코치는 “음료수, 빵을 사주며 유인 작전도 썼다”며 웃었다.
그렇게 모인 아이들은 1주일에 두번 방과후 1~2시간 훈련한다. 유도장이라고 해봤자 교실 한 칸에 매트를 깔아놓은 게 전부. 지난해 두 명을 기준으로 예산을 짠 탓에 인근 중학교에서 도복을 물려받는 등 환경은 열악하다. 그래도 마냥 즐겁다. 유흥가와 모텔 등이 들어서 마음껏 놀 곳이 없는 폐광지역 아이들에게 유도장은 놀이터다. 남매인 전정탁(3학년)과 전지연(4학년)은 “유도장에서 친구들과 노는 게 재밌다”고 합창하고, 김태윤은 일주일 내내 유도장에 나온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유도는 아직 낯설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유도를 한 김서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력 3~6개월이다. 이날도 최민호 남자 대표팀 코치의 기술 설명에 아는지 모르는지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다. 1학년 안지환은 업어치기를 따라하다 상대의 발에 얼굴을 맞고 울먹인다. 국가대표 김재범의 직접 지도에도 장난기가 넘친다. 김서인 정도가 “덩치가 작지만 체력을 키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라며 집중하며 따라한다. 태릉의 하루에 조금은 성장한 걸까. 유도에 관심 없던 1·2학년부 무제한급의 송영동(2학년)은 “살 빼서 몸을 만들어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며 점심도 조금 먹었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하이원 유도팀의 김건우 감독은 “아이들이 유도장에 오는 걸 즐거워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북초교 유도부 전원은 이달 말 강원도교육감배에 출전한다. 김서인과 이재인을 제외하면 대회 출전 경험이 없다. 안홍규 교사는 “무언가를 이루려는 노력이 아이들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15명이 달려들어도 이날 만난 김재범 한명을 넘어뜨리지 못했지만, 이 중 누군가는 김재범을 뛰어넘을 유도왕이 될지도 모른다.
글·사진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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