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외국인 선수와 그 못지않은 국내 선수의 조합은 프로배구 강팀의 필수 조건이다. 쌍포가 함께 터지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행여 한 선수가 여의치 않더라도 ‘이 대신 잇몸’으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프로배구 남자부 공격성공률 6위 안에 소속팀 선수 2명을 포함시킨 삼성화재-현대캐피탈-대한항공은 나란히 정규시즌 1~3위를 차지했다.
1라운드 종료까지 팀당 1~2경기씩을 남겨둔 2013~2014 시즌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중이다. ‘4강 체제’에 포함된 대한항공·삼성화재·우리카드는 소속 선수가 2명씩 공격성공률 상위 10위 안에 들어 있다. 숀 루니가 대표팀에 차출된 우리카드는 국내 선수 2명이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 선수보다 높은 성공률을 자랑하는 국내 선수도 6명이나 된다. 나머지 4강팀인 현대캐피탈도 문성민이 부상에서 복귀하면 쌍포를 본격 가동한다.
19일 현재 국내 거포의 선두는 대한항공 신영수(31)다. 한선수·김학민의 군 입대로 고전이 예상됐던 대한항공의 비행을 이끌고 있다. 군 입대로 2년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기복 없는 플레이로 걱정을 덜어냈다. 득점 3위 마이클 산체스(144점)에 이어 72점(7위)을 올렸고 공격성공률은 54.47%로 마이클(51.65%)보다 더 높다. 송명근(러시앤캐시)에 이어 국내 선수 중 2위에 올라 있다. 평소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도 눈에 띄게 나아졌다. 과거 40% 후반이던 리시브 성공률이 이번 시즌 현재 64.86%에 이른다. 레프트 공격수의 필수 자질 중 하나인 수비에서까지 제구실을 충분히 하고 있다.
한선수(대한항공·연봉 5억원)에 이어 프로배구 두번째 고액 연봉자인 삼성화재 박철우(28·3억3000만원)도 힘을 내고 있다. 5경기를 치르면서 72점(7위)을 올렸고 공격성공률은 52.53%에 이른다. 지난 시즌 전체 기록(51.96%)보다 높다. 4경기까지는 55.81%에 달했지만 19일 우리카드전에서는 30.77%의 성공률로 주춤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사위인 박철우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는 동시에 동기를 부여하는 데 공을 들였다. 지난겨울 아빠가 된 박철우는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 내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표팀에 승선하기 위해선 인상적인 성적을 남겨야 한다. 신 감독은 “스파이크나 블로킹에서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박철우가 요즘처럼만 해준다면 못 이길 팀이 없겠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와 개막전 패배 이후 우승 후보 현대캐피탈을 꺾기도 했던 대한항공은 지난 16일 우리카드에 1-3으로 덜미를 잡혔다. 루니가 없는 상황에서 센터 신영석이 블로킹 6점 등 16점, 레프트 최홍석이 14점, 라이트 김정환이 13점, 레프트 안준찬이 12점 등 ‘토종 4인방’이 맹활약했다. 이들 중 최홍석과 김정환은 득점과 공격성공률 모두 주포인 루니보다 나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루니가 과거 현대캐피탈 시절 때 정도의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이들 4인방의 비중이 더 커질 전망이다.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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