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소방수 맡아 통합 3연패 기여
2년 94억원에 한신 타이거스 이적
인대 부상 악몽 성실함으로 이겨내
“일본서도 최고의 마무리투수 될것”
2년 94억원에 한신 타이거스 이적
인대 부상 악몽 성실함으로 이겨내
“일본서도 최고의 마무리투수 될것”
오승환(31)에게 2013년은 오래도록 기억될 한 해다.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가 기억에 선명하다. 팀이 처음으로 통합 3연패를 이룬 순간이었고 3패를 당한 뒤 우승한 시리즈인데다 그 뒤 이렇게 일본 진출까지 하게 돼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삼성이 두산에 당한 3패 중 두번째 패전의 책임은 오승환이었다. 한국시리즈 18경기째 만에 처음으로 패전 투수가 됐던 날도, 통합 3연패 마지막 공을 뿌린 순간도,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에 2년간 최대 9억엔(94억5261만원)을 받고 입단한 날도 2013년의 기억으로 남게 됐다.
내년부터 한신의 마무리로 뛸 오승환이 4일 서울 강남구 리츠칼튼호텔에서 입단식을 치렀다. 한신의 나카무라 가쓰히로 단장이 직접 참석했고 13일엔 일본 오사카에서 오승환 입단식을 열 예정이다. 나카무라 단장은 거듭 “오승환을 일본으로 보내준 것에 감사한다”며 “78년 한신 역사에 한국 선수 영입은 처음이다. 2005년 리그 우승 이후 8년 동안 무관에 그쳤다. 오승환의 영입으로 리그 우승은 물론 일본시리즈 우승까지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한신 투수”라고 소개한 오승환은 “삼성 대신 한신을 붙이려니 아직 어색하다”며 소감을 이어갔다. 이어 “이제부터 라이온즈 팬들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응원해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울컥했다.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아왔다. 일본에서도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되겠다”며 “야구 인생의 마지막 공은 반드시 삼성에서 던지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끝판왕’ 오승환의 키는 178㎝다. 크지 않은 체구에서 나오는 150㎞를 넘는 ‘강속구’는 오롯이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고등학교 시절 팔꿈치 인대가 끊어져 외야수로 전향하기도 했다. 프로 지명을 못 받아 대학에 들어갔고, 인대 접합 수술 뒤 악몽 같은 재활 기간을 이를 악물고 이겨냈다. 2005년 삼성은 2차 1라운드 5순위로 오승환을 골랐다. 부상 재발의 위험이 크고 지금은 그의 장점이 된 특이한 투구폼 등이 약점으로 지적돼 1차 지명에서 외면을 받아야 했다. “캐치볼 하나도 실전처럼 던진다”는 오승환의 야구 철학은 위기에서 팀 승리를 지켜야 하는 마무리 투수에 제격이다.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다인 277세이브(28승13패)를 거뒀고, 국내에서 한 시즌 최다 세이브(47개) 기록을 두번이나 세운 오승환의 공은 이미 아시아시리즈나 세계야구클래식에서 위력이 입증된 바 있다. 일본의 한 시즌 최다 세이브는 한신의 전 마무리 투수 후지카와 규지(시카고 컵스)가 2011년에 세운 46세이브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30~40세이브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일본 타자들의 맞히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삼진을 잡기 위해선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승환도 자신을 향한 우려 섞인 기대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거듭 “한국에서 하던 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주일에 6경기 모두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블론 세이브를 줄여서 실패 확률을 낮추는 게 최우선 목표”라며 “투구 스타일을 바꿀 생각은 없다. 기본적으로 ‘직구+슬라이더’ 배합으로 던지겠다. 상대가 누구든 정면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오승환의 가세로 마무리 부담을 덜게 된 한신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함께 일본 프로야구 양대 명문이자 인기팀이다. 열정적인 팬을 보유한 구단인 반면 제 몫을 못하는 선수들에 대한 반응은 냉정하기로 잘 알려져 있다. 야구장 바깥에서도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려야 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타자들을 상대할 생각을 하니 긴장보다는 설레는 게 더 크다. 한신 팬들이 우리나라 롯데 팬들보다 더 열성적이라는 얘길 많이 들었다. 성적을 못 내면 일본 언론에서 안 좋은 반응이 나오겠지만 일본어를 모르니 신경 안 쓰일 것이다.” ‘돌부처’의 표정은 농담을 건네면서도 진지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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