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스파이크 서브 강력해져
리시브 나쁘면 좋은 토스 어려워
수년간 V리그 지배한 삼성화재
여오현·석진욱 수비가 숨은 공신
리베로 피해 서브 넣은 경우 많아
리시브 순위 10위안 6명이 레프트
리시브 나쁘면 좋은 토스 어려워
수년간 V리그 지배한 삼성화재
여오현·석진욱 수비가 숨은 공신
리베로 피해 서브 넣은 경우 많아
리시브 순위 10위안 6명이 레프트
2010년 11월24일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배구 준결승전. 한국이 일본에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 중반 레프트 석진욱이 무릎 부상으로 빠졌다. 서른넷 노장 석진욱이 대표팀에 뽑힌 이유는 분명했다. ‘리시브가 되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런 석진욱이 빠지자 한국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4, 5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아시안게임 3연패는 꿈으로 끝났다.
■ ‘몰빵배구’도 리시브 없인 안돼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고 한다. 세터의 토스 능력이 승부를 좌우한다는 뜻이지만 공격은 토스가 아닌 리시브에서 시작된다. 서브리시브가 머리 위로 안전하게 배달되지 않으면 제아무리 뛰어난 세터도 공격수가 바라는 높이와 속도로 토스를 하기 어렵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리시브가 일단 성공해야 준비된 전술을 펼칠 수 있다”고 말한다.
2005년부터 올 시즌까지 각 팀의 리시브성공률을 보면 60%를 넘는 유일한 팀이 삼성화재(61.77%)다. 독주의 비결 중 하나였던 셈이다. 올 시즌 삼성화재의 리시브성공률은 6일 현재 49.53%. 신 감독이 최근 입만 열면 “리시브가 문제”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결국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는 ‘몰빵배구’를 할 수밖에 없지만, 리시브가 잘되면 토스의 정확성이 높아져 몰빵배구도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2009~2010 시즌부터 3연패를 했던 ‘가빈 화재’(가빈 슈미트에게 의존하는 삼성화재를 일컫는 말)의 숨은 주역은 사실 석진욱과 리베로 여오현이었다. 2009~2010 시즌 석진욱의 리시브성공률은 73.82%, 여오현은 76.61%였다. 그래서 레오와 아가메즈가 위력적인 지금의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을 상대하는 감독들의 전략은 단순하다. “서브를 강하게 넣어서 레오나 아가메즈에게 가는 토스를 흔들어야 한다. 그것뿐이다.”
■ 리시브의 중심은 리베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기 위해 말 그대로 서비스(service)였던 서브는 점점 강해졌다. 스파이크 서브가 리시브보다 절대적인 ‘힘의 우위’를 가지게 되자 1996년 수비만 전담하는 리베로가 생겨났다. 그러자 서브는 리베로를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이른바 목적타 서브가 성행했고 그것은 ‘리베로가 아닌 선수’를 향했다. 그 결과 레프트 공격수의 리시브 횟수가 크게 늘었다. 6일 현재 2013~2014 V리그 남자부 리시브 순위 10위 안엔 4명의 리베로가 있지만 1~6위는 모두 레프트 공격수 차지다. 두명의 레프트 공격수 중 ‘수비형 레프트’로 불리는 선수들이 리베로와 함께 팀 리시브를 전담한다.
리시브 부분 1위 곽승석(대한항공)의 세트당 리시브 성공 횟수는 6.67개다. 리시브를 통한 팀 기여도는 리시브 점유율을 보면 더 쉽게 알 수 있다. 올 시즌 곽승석의 리시브 점유율은 54.85%에 이른다. 상대 서브의 절반 이상을 곽승석 혼자 받아냈다는 뜻이다. 성공률(59.43%)도 수준급이다. 곽승석의 공격 점유율이 14.89%인 점을 고려하면 그의 팀 기여도를 짐작할 수 있다.
■ 리시브 최강은 역시 여오현 프로배구연맹(KOVO)은 2008~2009 시즌부터 리시브성공률이 아닌 세트당 리시브 성공 개수로 순위를 매기고 있다. 팀 기여도를 좀더 반영하자는 취지지만 리시브의 ‘질적 내용’이 잘 반영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선수들의 서브가 나날이 진화하면서 리시브성공률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과거에 비해 선수들의 수비 기본기가 나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카드 리베로 정민수의 현재 리시브성공률은 64.54%. 역대 통산 1위 여오현(현대캐피탈)의 73.22%와 큰 차이가 난다. 여오현은 성공률뿐만 아니라 성공 개수(5003개)에서도 압도적인 1위다. 2위 최부식(대한항공·3856개)을 멀찌감치 앞서고 있다. 한 코치는 “리시브엔 심리적인 요인도 영향을 끼친다. 여오현은 감각이 좋기도 하지만 실수를 했다고 해서 위축되지 않고 ‘미안 미안’하면서 잊어버린다. 연속으로 두개 이상을 놓치는 법이 없다. 단순히 리시브만 하는 게 아니라 옆 선수들 수비 위치까지 지적해주면서 후위를 지배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성공 개수로는 4위(3236개)지만 성공률에서 역대 2위(71.01%)에 올라 있는 석진욱 러시앤캐시 수석코치도 눈에 띈다. 여오현, 최부식과 달리 그는 레프트 공격수였다. 왜 그를 ‘배구도사’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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