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명예의전당 투표 매년 실시
맥과이어·소사·본즈·클레먼스…
성적 좋아 후보 올라도 득표 저조
약물 안 한 매덕스·글래빈·토머스
올 투표서 득표율 75% 넘겨 입성
맥과이어·소사·본즈·클레먼스…
성적 좋아 후보 올라도 득표 저조
약물 안 한 매덕스·글래빈·토머스
올 투표서 득표율 75% 넘겨 입성
1998년 미국 프로야구에선 로저 매리스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61)을 두고 ‘빅 맥’(Big Mac)과 ‘슬래밍 새미’(Slamming Sammy)가 경쟁중이었다. 5월까지 15개나 뒤졌던 새미 소사(시카고 컵스)가 6월 한달 동안 20홈런을 때리며 따라붙자 미국뿐만아니라 전세계가 들썩였다. 그해 9월9일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62홈런으로 새 역사를 썼고, 4일 뒤 소사가 뒤를 이었다. 결국 맥과이어가 70홈런으로 홈런왕이 됐고 소사는 66개를 터뜨렸다. 둘의 홈런 대결은 1994년 파업 이후 침체됐던 메이저리그를 살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두 거포의 화려했던 시절은 2002년 호세 칸세코의 폭로로 인해 ‘스테로이드 시대’의 일부로 추락했다. 칸세코는 자서전을 통해 자신을 비롯해 맥과이어와 소사, 배리 본즈, 제이슨 지암비,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 당시 거포들 다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했다고 폭로했다. 이름이 거론된 스타들 대부분 의혹을 부인했지만 이후 복용 사실이 드러나거나 스스로 시인했다.
불명예스럽게 그라운드를 떠난 이후에도 이들 ‘약물 스타’의 치욕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매해 1월마다 반복된다. 미국야구기자협회가 9일 발표한 2014년 ‘명예의 전당’ 입회자 명단에 맥과이어와 소사의 이름은 없었다. 메이저리거에게 내리는 훈장과 같은 명예의 전당에 이들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총 571표 중 맥과이어는 63표(11%), 소사는 41표(7.2%)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올해로 여덟번째 입후보한 맥과이어는 첫해 128표(23.5%)의 지지를 받은 뒤 계속 지지율이 줄어 지난해엔 96표(16.9%)까지 내려갔다. 소사 역시 처음 입후보했던 지난해 71표(12.5%)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명예의 전당 후보 자격은 은퇴 5년 뒤부터 15년간 주어지지만 득표율 5% 이상을 받지 못하면 후보 자격을 잃게 된다. 통산 583홈런을 때린 맥과이어나 609홈런의 소사 모두 남은 기간 안에 입성 가능한 75% 지지율을 넘기기는커녕 자격 상실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통산 홈런 1위(762개)이자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73개) 보유자인 배리 본즈와 354승을 올린 로저 클레먼스도 지난해에 이어 ‘커트라인’을 넘어서지 못했다. 네번째 후보에 오른 라파엘 팔메이로는 4.4% 지지에 그쳐 후보 자격을 영구 상실했다. 팔메이로는 3000안타와 500홈런을 기록한 역사상 네명의 선수 중 한명이지만 결국 약물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미국 <이에스피엔>은 이들을 “피이디(PED·Performance Enhancing Drugs: 운동능력 향상 약물)와 연관된 선수”라고 지칭하면서 “스테로이드의 시대가 명예의 전당 투표에 가져온 충격”이라고 평했다. 이에스피엔 버스터 올니 기자는 ‘약물 사용자들에게 투표를 한 이유’라는 칼럼에서 “당시 대부분의 선수들이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지만 선수 노조나 구단 등은 이를 눈감았다. 선수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할 순 없다”며 이들을 옹호하기도 했다.
만장일치로 입회가 예상됐던 ‘제구력의 마술사’ 그레그 매덕스는 555표(97.2%)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엠엘비닷컴의 기자 켄 거닉은 결과 발표를 앞둔 8일 “스테로이드 시대의 선수들에겐 투표하지 않겠다”며 매덕스를 지지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 바 있다. 매덕스의 지지율 역시 약물 논란의 영향을 받은 셈이다. 매덕스와 함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투수 톰 글래빈과 521홈런을 친 프랭크 토머스가 첫 투표에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 아시아인 최초로 후보에 오른 노모 히데오는 1.1%의 지지를 얻어 자격을 상실했고, 돈 매팅리 엘에이 다저스 감독은 열네번째 도전에서도 8.2%의 지지에 그쳤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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