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창던지기에서 아시아 정상에 오른 박호현(왼쪽) 선수와 코치이자 남편인 허성민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랑의 힘으로 던지니 금빛 포물선 반짝”
지난해 3월 결혼한 둘은 조용히 ‘필드의 반란’을 꿈꾸었다. 아이를 낳는 것도 일년 뒤로 미뤘다. 2005년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꼭 메달을 따자고 손가락 걸고 약속했다. 이 세상에 부부가 한마음으로 뜻을 합치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은밀한’ 약속과 노력은 첫 결실을 맺었다.
4일 막을 내된 제16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에 유일한 금메달을 안긴 여자 창던지기의 박호현(27·SH공사)은 국가대표 허성민(30) 코치를 ‘오빠’라고 부른다. 허 코치는 박 선수에게 학교(한국체대) 3년 선배이자, 창 던지기 국가대표 선배이자, 지도자이다. 그리고 남편이다.
대학 시절부터 ‘창 던지는 미녀’로 소문났던 박호현이 5년 전 대학 졸업 뒤 충남도청팀에 취직해 공주에 오면서 둘의 사랑은 시작됐다. 당시 서천군청팀에서 훈련하던 허 코치는 박 선수와 같은 숙소에서 생활하며 가까워졌다.
2002년 한국체대 조교를 맡아 서울로 올라 간 허 코치의 뒤를 이어 박 선수도 소속팀을 옮기며 서울에서의 연애로 이어졌다. 질긴 인연이었다.
결혼한 이후 둘은 지도자와 선수로 다시 관계를 세우고, 메달 사냥에 힘을 모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곤 박 선수가 감기에 걸려 몸 상태가 안 좋아졌다. “오빠는 정신력으로 버티라고 했어요. 종합 비타민제도 주고요.” 안스런 눈치를 보이던 오빠였지만 다른 선수들도 있어 힘껏 마음을 써 줄 수 없었다.
그러나 사랑의 힘은 한국에 금메달을 안기며 대회 개최국으로서의 체면을 살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스포츠계에서 잉꼬부부로 소문난 허-박 커플이 연출해내는 ‘사랑의 창던지기’는 그 긴 포물선만으로도 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든다.
글·사진/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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