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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이상화 “슬럼프는 자기 내면의 꾀병이죠”

등록 2014-02-18 11:42수정 2014-02-18 17:13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이상화. SBS 화면 캡쳐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이상화. SBS 화면 캡쳐
‘힐링 캠프’ 출연해 세계 1위 부담감과 뒷이야기 털어놔
“벤쿠버에서 ‘반짝 금메달’ 땄단 소리 싫어 열심히 열습”
“어마어마하게 돈 들어…부모님이 융자 받아 뒷바라지”
“슬럼프는 자기 내면의 꾀병이죠.”

세계를 제패한 ‘빙속 여제’다운 한 마디였다. 이상화는 17일 밤 방송된 <에스비에스> ‘힐링 캠프’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케이터로서 느껴야 했던 부담감과 올림픽 뒷이야기 등을 털어놨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500m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에게는 이듬해 열린 겨울 아시안게임이 위기였다. 당시 이상화는 중국의 위징과 왕베이싱에 이어 동메달을 땄다.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어요. 아시안게임은 되게 쉽다고 생각하고 이미 저를 금메달로 정해놨더라고요. ‘금메달을 못 따면 어떡하지’ 하면서 잠도 못 자고 제가 웃는 것도 웃는 게 아니었어요.”

이상화는 “당시에 2등조차도 맘에 안 들었다”고 한다. 정점에 오르면 2등, 3등 하기가 싫다는 걸 느꼈고 이런 자신의 심리 상태를“안 고치면 안 되겠다는 오기가 생겼다”는 이상화의 슬럼프 극복 방식은 훈련, 또 훈련이었다.

“밴쿠버에서 반짝 금메달 땄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4년 동안 열심히 했어요. 슬럼프를 슬럼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슬럼프는 자기 내면의 꾀병이죠. 야간운동도 하면서 채웠어요. 미세하게 좋아지는 부분이 보였죠.”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도 부담감이 엄청났다고 토로했다. 500m 경기 며칠 전부터는 인터넷과 에스엔에스(SNS)도 끊었다. 먼저 트랙에 섰던 친구 이승훈과 모태범의 경기도 “떨려서” 보지 못했다. 시합 전에는 주로 씨리얼과 비타민 정도로 영양을 보충했다. “많이 먹으면 얹히기”때문이었다.

조 배정 결과는 불길했다. “다른 선수들은 서로 빠른 사람들끼리 붙었지만 저만 100m가 느린 선수랑 하게 됐어요. ‘이건 좀 아니다, 메달 못 따는 거 아니냐’ 생각했죠.”

1차 레이스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세계랭킹 2위인 러시아의 올가 팟쿨리나의 역주도 부담스러웠다. “(1차 레이스 끝나고 금메달 따리라는) 확신은 없었어요. 러시아 선수가 홈그라운드의 기운을 받아서 잘했어요. 2차전에서도 잘할 것 같았거든요.”

‘힐링캠프’ 제작진은 촬영 중에 이상화의 500m 경기 동영상을 틀었다. 이상화는 “1000m 경기가 남아있어서 경기를 모니터링한 적이 없었다. 다시 보니 뭉클하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은 부모님께 고마움을 전했다.

“초등학교 5~6학년 때 돈이 진짜 많이 들었어요. 그만두고 싶어도 부모님이 돈 쓴 거 생각하면 아까워서 그만둘 수 없었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죠. 부모님께 보답을 하고 싶었거든요.”

이상화의 어머니 김인순씨는 영상편지를 통해 “전지훈련을 가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었다. 한 달 가면 1천만원이었다. 융자 받아서 뒷바라지를 했다. 그런데 상화가 잘하니까 뒷바라지가 힘들다기보다는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포상금은 전부 부모님이 관리한다. 아까워서 못 쓰시겠다는데 이제 마음껏 쓰시라고 한다. 만약 광고를 찍게 돼도 부모님께 드릴 거 같다”며 웃었다.

전직 ‘빙속 여제’인 예니 볼프의 발언도 화제가 됐다. 예니 볼프는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에게 “존경한다”는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이상화는 “원래 그런 말 하는 언니가 아니었다. 나에게 질 때면 인정 못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캘거리 월드컵 때부터 축하도 해주고 존경한다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의 기록을 새로 쓴 빙속 여제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500m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커요. 앞으로 제 세계신기록은 깨기 힘들 거 같아요. 노력하겠지만. 36초36은 너무나 빠른 기록이기 때문에. 꿈이요? 제 꿈은 다 이룬 것 같아요.”

꿈을 이뤘다고 했지만 아직 욕심이 남은 것 같았다. “하지정맥류가 굉장히 심하다”고 했지만 “물리치료를 병행하려고 한다”고 했다. 하지정맥 수술 권유에 대해 “치료해야 하는데 겁난다. 혹시나 리듬이 깨질까봐”라는 게 이상화의 대답이었다.

프로그램 말미에 평창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겠느냐는 질문이 짓궂을 정도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상화의 태도는 기존 인터뷰처럼 한결같았다. “아직까지 잘 모르겠어요. 이 기쁨을 누려보고 싶어요.”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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