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가 23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에서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14.2.23 / 소치=연합뉴스
갈라쇼에서 존 레넌의 ‘이매진’ 선율에 맞춰 ‘세계는 하나’
함께 춤추던 선수들 일제히 손으로 김연아 가르키며 ‘경의’
함께 춤추던 선수들 일제히 손으로 김연아 가르키며 ‘경의’
‘피겨 선수’ 김연아(24)가 전세계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평화’였다. 편파 판정 문제로 불거진 지구적 갈등을 뒤로하고 김연아는 아름다운 몸짓으로 작별을 고했다.
김연아는 23일(한국시각) 러시아 아이스베르크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수상자들의 갈라쇼에서 자신의 올림픽 마지막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이 순간 김연아는 2010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소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도 아닌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였던 ‘피겨 여왕’이었다.
어깨 부분을 파랗게 물들인 의상을 입고 등장한 김연아는 존 레넌이 1971년 베트남전쟁 당시 반전의 메시지를 담아 발표한 ‘이매진’의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이매진’의 가사와 김연아의 몸짓은 하나가 되어 은반 위를 수놓았다.
“국가가 없다는 걸 상상해봐요”라는 가사에 맞춰 김연아는 우아한 카멜스핀을 선보였다. 더이상의 갈등을 바라지 않는다는 듯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해봐요”라는 가사가 나오자 힘차게 더블악셀 점프를 뛰었다. ‘여왕’이어서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고 이제 소소한 일상을 바라는 김연아의 마음 같았다. “모두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상상하라”거나 “소유가 없다고 상상해보라”는 구절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듯 김연아는 섬세한 연기를 선보였다. “나를 몽상가라 부를지도 몰라요”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마지막 후렴구에서 점프를 선보인 뒤 “하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에요”라는 가사에 맞춰 손가락 하나를 뻗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계는 하나가 될 거예요”라는 가사와 함께 두 손을 기도하듯 모으며 연기를 마쳤다. 김연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은 홀가분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여왕의 마지막 모습을 영접하고 환호하는 관중을 향해 김연아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손을 흔들었다.
갈라쇼의 마지막 순서인 선수 32명의 합동무대에도 김연아는 밝은 표정으로 함께했다. 합동연기 마지막 순간에 31명의 선수들이 가운데로 모여들었고, 김연아 혼자 한쪽으로 달려나갔다. 선수들은 태극기 앞에 선 김연아를 향해 일제히 팔을 뻗었다. 떠나는 여왕을 향한 최고의 예우였다. 소치/허승 기자 raison@hani.co.kr
‘피겨 여왕’ 김연아가 23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에서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14.2.23 / 소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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