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조 상대국 전력
‘가장 만만한 팀들이 모였다’는 말의 의미는 복잡하다. 이길 가능성이 큰 팀들을 만났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비슷한 전력을 지닌 팀들이 모였다는 말이다.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H조에서 3전 전승을 거두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1차전(6월18일 아침 7시·한국시각) 상대인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 러시아는 11명의 선수들보다 파비오 카펠로(68) 감독 한명으로 더 알려진 팀이다. 이탈리아 출신 카펠로 감독은 2012년 러시아 대표팀 감독을 맡아 팀을 조직력으로 무장했다. 이탈리아 출신답게 전술을 강조하는 카펠로는 실점을 최소화하는 실리축구를 추구한다. 7승1무2패 F조 1위로 유럽 예선을 통과한 러시아는 예선 10경기에서 5골만을 내주는 강한 수비 조직력을 자랑했다. 러시아축구협회는 지난달 카펠로 감독과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감독 계약을 연장했다.
카펠로 감독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졸전 끝에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러시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카펠로는 2010년을 교훈 삼아 순수 국내파로만 대표팀을 꾸렸다. 덕분에 조직력을 끌어올렸지만 골결정력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떠안았다. 영국 <비비시>(BBC)는 “러시아는 수비 조직력에 비해 공격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16강 진출이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5일 아르메니아, 5월31일 노르웨이, 6월6일엔 알제리전을 대비해 튀니지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른다.
한국이 반드시 잡아야 하는 2차전(6월23일 새벽 1시) 상대 알제리는 ‘미지의 팀’이다. 팀 컬러나 주요 선수 등 특성이 잘 알려지지 않은 팀이다. 다만 아프리카 지역 2차 예선에서 5승1패, 13득점 4실점의 결과를 보면 공격과 수비의 균형이 잘 갖춰진 팀으로 볼 수 있다. 6일 슬로베니아와 평가전을 치르는 알제리의 28인 명단을 보면 유럽 리그(스페인·잉글랜드·독일·이탈리아·프랑스)에서 뛰는 선수만 10명이 넘는다. 또한 이들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이라 강한 압박과 빠른 축구를 구사하는 한국팀이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 중 경계대상 1호는 미드필더 소피안 페굴리다. 알제리 대표팀의 에이스로 소속팀인 발렌시아에선 오른쪽 공격수로 뛰지만 대표팀에선 중앙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이 “짐승 같은 몸을 지녔다”고 평가할 정도로 빠른 발과 화려한 드리블을 자랑한다. 2013~2014 시즌 소속팀에서 5골 6도움을 기록중이다.
시드 배정국이자 H조 최강팀인 벨기에는 ‘16강 이상’을 목표로 삼는 팀이다. 한국과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해 유럽팀 중에선 만만한 상대로 인식돼 있지만 ‘황금세대’라 불리는 20대 선수들이 급성장하면서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지목된다.
에덴 아자르(첼시), 크리스티안 벤테케(애스턴 빌라), 로멜루 루카쿠(에버턴) 등 공격수들의 면면도 화려하지만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수비력도 막강하다. 199㎝ 장신인 쿠르투아는 2013~2014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5경기에 나가 19골만을 내줬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6경기 3골만 내주는 맹활약을 펼쳤다. 미국 <이에스피엔>(ESPN)은 벨기에를 평가하면서 “골키퍼 쿠르투아와 얀 페르통헨, 뱅상 콩파니가 버티고 있는 벨기에의 황금세대는 완벽하다”고 추어올렸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탓에 기복이 심하다는 게 벨기에의 약점이다. 지난해 11월 콜롬비아, 일본과 평가전에서 0-2, 0-3으로 패하며 조직력 부족을 드러내기도 했다. 벨기에는 6일 본선 첫 상대인 알제리전을 대비해 D조에 속한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을 벌인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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