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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의 컬링처럼…평창선 아이스하키!

등록 2014-03-05 19:41수정 2014-03-05 22:45

상무 소속의 한국 아이스하키 간판 선수들이 3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을 위한 각오를 다짐하며 기합을 넣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골리 박성제, 득점원 조민호, 수비수 이돈구와 오현호, 주장 이용준.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상무 소속의 한국 아이스하키 간판 선수들이 3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을 위한 각오를 다짐하며 기합을 넣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골리 박성제, 득점원 조민호, 수비수 이돈구와 오현호, 주장 이용준.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상무팀 신화 이끈 5인방
외국인 선수 없이 17명으로
아시아리그 플레이오프 진출
세계대회 앞둔 대표팀 ‘청신호’

“한국보다 일본 팬 더 많아요
현장서 한번 보면 반할 텐데…
올림픽 나가면 인기 얻겠죠?”
건장한 다섯 남자가 스튜디오로 들어오니 꽉 찬다. 짧은 머리, 똑같은 운동복을 입고 선 모습이 닮았다. “수염 좀 봐!” “이 머리 어쩔 거냐?” 핀잔을 주고받으면서 싱글벙글이다. 그러다가도 ‘하나, 둘, 셋’ 포즈 신호를 주면 일제히 팔을 들어올리고 “으아!” 함성을 지른다. 호흡이 척척 맞는다. 상무 소속의 한국 아이스하키 간판 이용준(공격수), 오현호(수비수), 이돈구(수비수), 조민호(공격수), 박성제(골리)다.

이들 상무 5인방은 이번 시즌 한·중·일 아시아리그에서 팀을 4강 플레이오프(2위)에 올렸다. 폭발적 활약에 그동안 한라, 하이원 두 팀 선수 중심으로 구성됐던 대표팀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4월 고양에서 열리는 세계아이스하키대회(디비전 1)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세계 23위인 한국이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려면 세계 18위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 3일 만난 빙판의 ‘진짜 사나이’들은 “상무의 신화를 평창까지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 상무 돌풍의 핵심들…아시아 빙판이 들썩 지난해 창단한 상무의 아시아리그 플레이오프 진출은 기적으로 불린다. 외국인 선수는 하나도 없고, 총원은 17명이다. 최소 24명으로 구성돼 6명이 4조로 경기에 투입되는 아이스하키의 팀 운영 기본은 딴 세상 얘기다. 일본의 강팀 오지 이글스의 사쿠라이 구니히코 코치도 경기 때마다 “이런 인원으로 성적을 내는 게 대단하다”며 믿기지 않는다고 감탄했다.

20분씩 3피리어드로 총 60분 동안 전력질주하는 선수들은 틈틈이 휴식하면서 체력을 보충한다. 그러나 이돈구, 오현호 등 4명은 정규리그 42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숨만 돌리고 투입됐다. 이돈구는 “경기가 끝나고 숙소에 오면 정말 죽을 것 같았다”고 했다. 체력이 고갈되면 부상 위험도 커진다. 오현호는 “어깨 인대가 늘어나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고, 이용준은 “왼팔 근육통으로 스틱을 쥐기 힘겹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팀워크는 끈끈해졌다. 오현호는 “내가 아프다고 빠지면 다른 선수가 그만큼 더 힘들어진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뛰었다”고 한다. 조민호는 “어려움이 커질수록 서로에게 의지했고, 서로 돕는 마음이 경기력으로 나온 것 같다”고 했다.

■ “기량이 좋아지는 걸 느낀다” 한라와 하이원 등 두개밖에 없던 실업팀이 상무 창단으로 세개로 늘면서 이들의 경험도 축적되고 있다. 이돈구는 이번 아시아리그 베스트 6에 선발됐는데, 한국 수비수로는 처음이다. 8골 25도움으로 공격력까지 좋아졌다. 주장 이용준은 지능적인 플레이뿐 아니라 힘도 좋아 몸싸움에서도 지지 않는다. 발이 빠르고 재치있는 플레이의 ‘득점기계’ 조민호는 퍽을 치는 타이밍이 더 예리해졌다. 수문장 박성제는 철벽이다. 박성제는 “실업팀 한라에 있을 때보다 상무에서 출전하는 경기가 더 많아졌다. 실력이 더 는 거 같다”고 했다.

이들의 성장에 대한아이스하키협회도 반가운 표정이다. 협회는 평창 프로젝트로 핀란드에 대표급 선수를 유학보내고,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키는 등 백방으로 뛰고 있다. 여기에 안방팀 상무가 대표팀 수원지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조민호는 “상무를 통해 한국의 강점 가운데 정신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상무 정신이 대표팀으로 이어진다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이돈구는 “외국인 선수들과 호흡만 잘 맞출 수 있다면 4월 세계대회에서 일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아이스하키 인기 “평창 땐 달라질 것” “이번에도 일본 팬들이 응원했느냐”고 물으니 조민호가 “네”라고 수줍게 답한다. 한국 선수들인데 정작 한국보다 일본에서 인기가 더 많다. 경기가 끝나면 나오기를 기다려 갖가지 선물과 꽃을 한아름 안긴다. 때로는 한국까지 찾아온다. 지난 시즌 일본에서 만난 한 팬은 “힘들 때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골을 성공시키는 열정에 반했다”고 했다. 그러나 마니아 팬들을 빼놓으면 국내 비인기 종목이다. 소치 올림픽 아이스하키 경기를 <아프리카 티브이> 등으로 다 챙겨봤다는 이들은 “한국이 출전하지 못한 겨울올림픽 두 종목 중 하나가 아이스하키라는 게 마음도 쓰여 아시아리그에서 더 힘을 냈다”고 했다. 이돈구는 “소치 올림픽에서 첫 출전을 한 슬로베니아가 8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잖아요. 2010년 슬로베니아와 겨뤘던 적이 있었는데 해볼 만했어요. 평창을 통해 한국 하키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다부지게 말했다. “캐나다 등 강팀들과 겨뤄보고 싶다는 생각에 피가 뜨거워졌다”고 한다.

컬링이 소치를 통해 관심을 받은 것처럼 평창에서 최선을 다하면 아이스하키도 단숨에 인기 스포츠가 될 자신이 있다고 했다. 내내 조용하던 박성제는 “아이스하키를 현장에서 한번 보기만 하면 반할 거예요”라며 눈을 부릅떴다. 이돈구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으면 무조건 데리고 오라고 해요. 현장에서 경기하는 것만 보면 게임 끝이거든요”라고 하자, 진지하던 선수들이 크게 웃는다. 조민호는 “평창이 한국 아이스하키 성장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고, 이용준은 “그러려면 4월 세계대회에서 잘해야겠죠”라고 힘주어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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