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우승 눈앞…최종전서 결판
‘17년의 도전, 우리가 해낸다.’ 프로농구 모비스와 엘지(LG)가 맞붙은 7일 울산체육관. 경기 전 찾은 엘지의 라커룸에는 파이팅 넘치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김진 엘지 감독은 “선수, 팬 등 모두의 마음이 아니겠느냐”며 그윽하게 웃었다. 엘지는 이날 5점 차 이상으로 이겨야 창단 1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넘볼 수 있었다. 김진 감독은 “선수들에게 실수해도 좋으니 자신있게 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감독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힘이 됐던 걸까. 엘지는 모비스를 80-67, 13점 차로 이기고 공동 1위에 올라섰다. 상대 전적도 3승3패로 균형을 맞췄다. 엘지는 9일 안방 창원에서 마지막 상대인 케이티(KT)를 이기면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다. 지더라도 같은 날 모비스가 울산에서 케이씨씨(KCC)에 지면 우승이다. 엘지와 모비스가 둘 다 이겨도 골의 득실 차를 따지는 공방률에서 9점이나 앞서 엘지가 우승한다. 김진 감독은 “최선을 다해 안방에서 우승잔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승패는 생각보다 쉽게 갈렸다. 김종규 등 어린 선수들이 많은 엘지가 정규리그 우승 경험이 6번이나 되는 모비스의 노련미에 뒤질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1쿼터 초반에 엘지는 당황했다. 경기 시작 1분여 만에 0-7로 뒤졌다. 그러나 한번 분위기를 타면 멈출 줄 모르는 게 엘지의 젊은 패기다. 1쿼터 내내 뒤지던 엘지는 문태종(18득점, 7튄공잡기) 등을 앞세워 3분여를 남기고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더니 결국 16-15, 1점 차로 앞섰다. 2쿼터 시작 1분30초, 문태종의 3점슛으로 치고 나간 뒤에는 한번도 승기를 내주지 않았다. 4쿼터 한때 68-48, 20점 차까지 벌어졌다. 엘지는 3점슛 성공률 50%-27%, 튄공잡기 38개-27개 등 모든 면에서 모비스에 앞섰다. 김태환 해설위원은 “모비스는 스틸을 9개나 내주는 등 공격에서 난조를 보인 게 패배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양동근이 5득점에 그쳤다.
엘지는 12연승을 달렸고, 모비스는 10연승에서 멈췄다. 결정적일 때마다 3점포로 승리를 이끈 문태종은 “내가 좀더 공격적으로 뛰어서 팀에 도움이 되려고 했다”고 말했다. 동생인 모비스 문태영(21점, 7튄공잡기)과의 맞대결에서는 졌다. 그는 “경기 내내 동생(모비스 문태영)을 집중마크했지만, 득점과 허슬플레이가 좋아 막기가 좀 어려웠다”며 웃었다.
울산/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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