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5차전 인천 전자랜드와 부산 케이티(KT)의 경기에서 조성민(케이티)이 온 힘을 다해 튄공을 잡아내고 있다. 인천/뉴스1
남자농구 6강 PO서 전자랜드 꺾어
리그 1위 LG와 내일 4강 PO 1차전
리그 1위 LG와 내일 4강 PO 1차전
전창진 케이티(KT) 감독은 “8위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5위를 했다”는 말을 자주 했다. “6강팀 중에서 우리가 가장 약하다”는 말도 달고 살았다. 그러나 20일 인천에서 벌어진 2013~2014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전자랜드를 79-57로 크게 이기고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3승2패. 전 감독은 역대 플레이오프 감독 통산 최다승 기록도 41승으로 늘렸다.
접전이 예상된 마지막 혈투, 승패는 의외로 쉽게 갈렸다. 단기전 승리의 열쇠인 튄공잡기(37-29) 싸움에서 앞서며 전반을 39-22로 끝냈다. 2쿼터 한때 20점 차까지 벌어졌다. 그림자 같은 수비로 전자랜드를 2쿼터 6점에 묶은 게 컸다. 리카르도 포웰(18득점) 혼자 활약한 전자랜드와 달리 케이티는 송영진(16점), 후안 파틸로(22점), 아이라 클라크(12점) 등 국내외 선수들이 고루 잘했다.
전 감독의 엄살은 아니었다. 케이티의 4강 진출은 전문가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시즌 초부터 랜스 골번 등 외국인 선수들이 부상, 기량 부족 등으로 자주 교체되면서 골머리를 앓았다. 우리 나이로 마흔살인 클라크에 의존하다 보니 그가 지치면 방법이 없었다. 전 감독은 “신장에서 열세니 골 밑이 막혔고, 덩달아 외곽슛도 안 됐다”고 했다. 신인 드래프트 추첨 운도 없어 5순위가 되면서 원하는 팀 구성도 못 했다. 그러나 전력이 약한 게 오히려 선수들을 뭉치게 했다. 전 감독은 “반드시 해내고 말겠다는 선수들의 근성이 4강 진출의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
파틸로의 역할이 가장 컸다. 정규 시즌 막바지인 2월23일부터 대체 외국인 선수로 투입된 파틸로는 플레이오프 평균 16.2점, 7.6튄공으로 4강을 이끌었다. 정규리그 6경기밖에 못 뛰어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지만, 전 감독은 과감하게 그를 선발로 기용했다. 전 감독은 “무엇보다 파틸로가 투입되면서 상대 포웰과 매치업이 됐다”고 했다. 박수교 <에스비에스 이에스피엔>(SBS ESPN) 해설위원도 “파틸로가 들어오면서 내곽이 단단해졌다. 상대 수비들은 조성민이 지키는 외곽과 함께 내외곽을 모두 막아야 해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파틸로가 잘해주면서 조성민의 부담도 줄었다. 집중 수비에 고전하기도 했지만, 승부처마다 득점으로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였다. 노장 투혼 송영진을 비롯한 김우람 등 단기전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의 깜짝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전 감독은 “송영진이 없었다면 4강에 못 갔다. 조성민이 고전할 때마다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며 흡족해했다. 5차전에서도 16점으로 활약한 송영진은 “연습할 때는 여기저기 아픈데 경기하면 안 아프다”며 웃었다. 승부처였던 3·5차전 상대의 허를 찌른 전 감독의 지략도 돋보였다. 예상을 깨고 외국인 선수인 파틸로와 클라크에게 하프라인까지 볼을 운반하도록 하며 공격 시간을 벌었고 노장 선수들의 체력을 아꼈다. 5차전에서는 전태풍과 파틸로를 먼저 내보내던 승리 공식을 깨고 오용준과 클라크로 구성한 변칙 선발로 상대 작전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케이티는 22일 창원에서 정규리그 1위팀 엘지(LG)와 4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 1차전을 치른다. 데이본 제퍼슨과 김종규가 골 밑을 지키고, 문태종이 외곽에서 버티는 엘지에 모든 면에서 뒤진다. 전 감독은 “집중 견제 당하는 조성민이 동선을 짧게 움직이며 순간적인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기대를 걸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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